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으로부터 '개점휴업' 상태인 공항면세점의 임대료 지원을 얻어낼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8월까지만 임대료 감면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던 만큼 신세계면세점은 9월부터 매달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고정 임대료를 다시 감당해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신세계면세점, '개점휴업'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당에 좌불안석

▲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구역 모습. <연합뉴스>


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이 제1 터미널 면세사업권 연장 운영을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신세계면세점만 임대료 부담을 그대로 짊어질 상황에 놓였다.

올해 8월 계약이 끝나는 롯데면세점 및 신라면세점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DF1(화장품·향수), DF5(패션·잡화) 구역은 2023년까지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아 이번 협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DF7(패션·기타) 구역은 8월 계약 만료 이후 새 사업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넘겨받게 된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연장해 영업하기로 하면서 그 기간에 기존 고정임대료 방식이 아닌 매출 연동 임대료를 적용하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합의했다.

또 롯데면세점은 중도 영업중단 조건을, 신라면세점은 권역별 시간 조정 등 탄력적 매장 운영 조건을 추가로 얻어냈다.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겠다는 새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실을 막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그동안 면세점업계가 요구하던 사항들을 대부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내놓았던 3~8월 임대료 50% 감면혜택이 사라지는 9월부터는 고정 임대료를 온전히 내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연 432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9월부터 공항 매장을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등 강수를 둔 것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으로선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없다.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 롯데면세점이 사드 사태로 조기 반납한 사업권을 이어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계약 중도해지 조항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의해 철수한다고 해도 상당한 위약금 부담이 걸림돌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위약금으로 1870억 원을 냈다.

또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업기간을 남겨두고 중도에 철수하는 것은 이후 면세사업을 이어갈 신세계그룹으로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계를 생각하면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않다.

이에 앞서 협상을 진행한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는 달리 인천국제공항공사에게 온전히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의 신세계면세점으로선 마땅한 수가 없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세계면세점 등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 지원책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코로나19로 적자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큰 폭의 지원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1077만4310명으로 1년 전보다 70% 줄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이번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과 협상 테이블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이 임대료 수입 대부분을 포기한 만큼 한발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인건비와 물품보관비, 운영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면세점들은 여전히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점 운영방식을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