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가 부회장에 올랐다.

DB그룹 제조업의 대들보인 DB하이텍을 더욱 키워 그룹의 제조업 도약에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오늘Who] DB하이텍 증설투자 결단하나, 최창식 부회장 승진에 주목

▲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13일 DB그룹 인사에서 최창식 대표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DB하이텍 대표이사를 맡아 DB그룹으로 돌아온 지 8년 만이다.

최 부회장의 승진은 DB하이텍 대표를 맡은 뒤 한때 채권단 매각대상이었던 회사를 알짜기업으로 돌려놓은 공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 영업이익은 2012년 156억 원 적자에서 2019년 1813억 원 흑자로 크게 개선됐다. 주가도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4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1일 김남호 DB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최 부회장 외에 DB하이텍 출신인 구교형 DB그룹 경영기획본부장도 이번에 부회장으로 함께 승진했다. 김남호 회장체제에서 DB하이텍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DB하이텍 매출은 2019년 기준 8074억 원으로 금융계열사가 중심이 된 DB그룹 전체 매출(21조 원)에 비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비금융계열사만 놓고 보면 매출의 56%를 차지한다. 비금융 매출 2위인 DB메탈의 연간 매출도 DB하이텍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은 무려 89%를 차지하고 있어 비금융계열사 가운데 위상이 독보적이다.

김남호 회장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이 DB하이텍을 각별히 챙겼다는 점에서 김남호 회장체제에서 그룹 차원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DB하이텍은 최 부회장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신규 증설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공정 효율화 등 보완투자를 통해 조금씩 생산능력을 늘려 왔을 뿐이다. 

현재 DB하이텍의 공장 가동률은 100%에 가깝다. 이대로는 실적 성장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 부회장이 DB하이텍을 DB그룹의 명실공히 주축 계열사로 키우려면 신규투자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외부환경은 나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 생산기지를 둔 DB하이텍의 글로벌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열고 1천억 원 규모의 전용펀드를 운용하는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 성장하면 자연히 이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DB하이텍의 수주물량도 많아질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최 부회장은 신규투자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12인치 웨이퍼가 반도체산업의 대세가 되면서 DB하이텍의 주력인 8인치 반도체 장비는 이미 생산이 종료돼 신규라인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인치로 신규증설을 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강자들과 직접 경쟁에 놓여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최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투자할 힘을 모으면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올바른 시기가 오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부산업(현 DB메달) 기술개발실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로 옮겨 파운드리센터장을 맡았다가 2012년 DB하이텍 대표이사로 친정에 복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