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 면세점의 다음 사업자를 모집하면서 임대조건을 파격적으로 완화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존 면세점사업자들을 붙잡아 사상 초유의 면세점 공실 위기는 넘겼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다음 사업자를 찾기 위해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공실위기에 어떤 임대조건 내놓을지 업계 주목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제1터미널 면세점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찾기 위한 재입찰 공고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며 면세점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면세점사업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의 비싼 임대료가 버거워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 면세점 8개 사업권은 8월 말 계약이 종료되는 3기 사업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9월부터 4기 사업자들이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이용객이 90% 이상 급감하며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기업들 6곳 가운데 4곳이 입찰을 포기했다. 

2월 말 진행됐던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유찰된 2개 사업권을 포함해 모두 8개 사업권 가운데 6개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면세사업권의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새 면세사업자를 찾기 위한 재입찰 공고에서 파격적으로 완화된 임대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존 면세사업자들을 붙들기 위해 파격적으로 완화된 조건을 내걸어 사상 초유의 면세점 공실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이는 다음 사업자를 찾기 전까지 임시운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동안 고수해왔던 최소보장액 방식의 임대료 대신 매출과 연동한 방식을 적용한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어 기존 사업자들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붙드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기존 사업자들에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 운항시간에 맞춰 탄력적으로 매장의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1개월마다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연장영업을 확정했다.

시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건 연장조건을 수용하기로 구두 협의를 마치고 최종 의사표명 공문 발송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도 에스엠면세점은 예정대로 8월까지만 영업을 하기로 결정해 4기 면세점사업자 재입찰 흥행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면세점업계에선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진행한 연장영업 협상은 4기 면세사업권과는 별개”라면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번에 내건 조건처럼 최소보장액이 아닌 매출 연동방식으로 임대료를 받기로 결정한다면 4기 면세사업자 재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여럿 나올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장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면세점 운영 조건을 크게 완화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재입찰 공고에서 대폭 완화된 조건을 내건다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3기 사업자 신세계면세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기에 부담이 크다.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 3기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사드사태로 조기에 반납한 제1터미널 DF1구역과 DF5구역의 사업권을 넘겨받아 2023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계약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연장 협상대상자에 신세계면세점은 포함되지 않아 이번에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받은 임대료 기준 변경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4기 면세점 입찰조건을 완화해주기로 결정한다면 이미 4기 면세점사업의 입찰권을 따내 9월부터 새로 영업을 시작하기로 한 현대백화점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의 조건도 함께 완화해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의 과정에서 유찰사업권을 재입찰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이미 입찰권을 낙찰받은 사업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9월에는 다음 사업자를 결정해야 내년 3월에 입점할 수 있다”며 “9월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야 하지만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으며 언제까지 이 상황이 이어지는지 알 수 없어 면세사업자들이 입찰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존 조건을 고수한다면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입찰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