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21대 국회에서 나온다. 

도로공사는 경인고속도로가 통행료 폐지의 선례가 되면 향후 재무적 부담이 커져 전체 고속도로망의 건설과 유지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요구, 도로공사 경부로 불똥 튈까 난색

▲ 경인고속도로 전경. <연합뉴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이 대표발의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은 특정 요건을 충족한 유료도로를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외요건으로는 ‘통행료를 받은 기간이 50년 이상 지남’과 ‘지금까지 받은 통행료 총액에서 유지비를 뺀 금액이 유료도로 전체 건설투자비의 2배를 초과함’을 명시했다. 

김 의원은 이번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로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무료화에 필요한 법적 근거 마련을 들고 있다. 

도로공사는 통합채산제를 기반 삼아 경인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걷고 있다. 통합채산제는 1980년 유료도로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전국의 고속도로 노선을 하나의 도로로 간주해 모든 노선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인천지역에서는 경인고속도로가 지은 지 오래된 데다 그동안 걷은 통행료 총액이 전체 건설유지비보다 많다는 이유로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나왔다.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 개통돼 2020년 기준으로 통행료를 걷은 지 50년을 넘어섰다. 전체 통행료 수납총액도 2017년 기준 1조2800억 원 규모로 집계돼 같은 기간 건설투자·유지관리비 6천억 원 규모의 2배를 초과했다. 

김 의원은 경인고속도로의 교통정체가 심해지면서 고속도로 기능이 약화된 점도 통행료 폐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가 2017년 12월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인터체인지)부터 종점까지 10.45㎞ 구간의 관리권을 넘겨받아 일반도로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유료도로법 개정안 발의자료에서 “경인고속도로는 일부 구간이 일반도로화돼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된 데다 전체 통행료 수입이 건설유지비용의 2.4배를 넘어섰는데도 통행료를 계속 걷는 것은 과잉징수”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경인고속도로를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빼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국토교통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 자동 폐기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로 국토교통위원회를 배정받은 데다 인천지역 의원들도 이번 유료도로법 개정안 발의에 대거 참여했다”며 “앞으로도 토론회 등을 통해 유료도로법 개정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유료도로법 개정안의 발의에는 신동근·유동수·이성만·홍영표·맹성규·박찬대·송영길·정일영 의원 등 인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로공사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의 폐지 요구에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국내 고속도로망 전체의 누적 통행료 수입은 전체 건설투자비에 한참 못 미친다”며 “경인고속도로처럼 통행료 수입이 전체 건설투자비를 넘어선 노선이 있다 해도 그 노선만 통행료를 무료화하는 것은 통합채산제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의 통행료 원가보상율은 2019년 기준 84.1%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가보상율은 한 서비스의 전체 요금수익과 서비스 제공에 들어간 총괄원가를 비교한 수치로 100%보다 낮을수록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번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경부고속도로도 통합채산제 예외 대상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는 점도 도로공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7월에 개통한 노선으로 조만간 통행료를 걷은 지 50년을 넘어서게 된다. 2016년 기준으로 누적 통행료 수입이 전체 건설투자·유지관리비의 1.4배 수준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2020년대 중반에는 2배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로공사는 2019년 기준 전체 부채로 36조3277억 원을 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81.08%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2018년 77.36%보다는 3%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통행료 감면제도와 민간도로 대상의 선투자 등 부채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안도 다수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으로 경부고속도로가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빠진다면 도로공사는 수익성 하락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기 힘들어진다. 도로공사가 해마다 거두는 통행료 수입은 4조 원 초중반인데 경부고속도로에서만 1조 원 규모를 걷어들인다.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6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구 의원이 힘을 합쳐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화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노선이 몇 개 있다”며 “만약 그걸 모두 해주면 도로공사의 수익과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