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의 저축성보험 판매가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저금리의 영향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고위험 금융상품을 기피하고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의 이자율이 저축성보험보다 낮아지면서 저축성보험의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 은행들의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로 장기 건전성에 부담

▲ 삼성생명, , 한화생명, 교보생명 로고.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등 대형보험사를 중심으로 방카슈랑스 실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영업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회사들은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오히려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늘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생명은 1분기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초회보험료 5250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분기 2176억 원 보다 141% 증가했다. 1분기 전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에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에서 41%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32% 늘었다.

방카슈랑스 판매가 증가하는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5월 방카슈랑스 실적이 4월보다 25% 늘었다. 교보생명은 15%, 한화생명은 4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보험의 대부분이 저축성보험이라는 점이다. 저축성보험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보장성보험이나 변액보험보다 상품설계 구조가 단순하다.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의 판매가 늘어난 것은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실적에 보탬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2023년에 시행되면 현재 자산으로 평가되는 저축성보험이 모두 부채로 평가되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 차원에서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왔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신계약액은 2016년말 56조4482억 원에서 2017년말 49조4278억 원, 2018년말 35조9062억 원, 2019년말 30조6406억 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는 이익을 보전하려는 은행들의 영업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파생결합펀드 사태 ,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고위험군 상품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안정적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펀드 판매가 줄어들자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려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을 보전하려 한 것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1분기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는 64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7% 상승했다.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분기 방카슈랑스 판매가 증가한 곳은 11곳인데 삼성생명의 증가액이 3074억 원으로 가장 컸다.

저금리 기조도 저축성보험 판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면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도 1% 안팎으로 낮아졌다. 

반면 저축성보험의 금리는 연 2%대로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2.44%,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 2.43%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