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하고 있는 실적 악화와 말산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해서는 관련법의 개정뿐 아니라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 비대면시대 온라인 마권 간절, '도박 아닌 엔터테인먼트' 열쇠

▲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24일 마사회에 따르면 경마공원이 4개월 만에 간신히 문을 열었지만 실적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마를 재개하긴 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실상 ‘무관중’으로 경마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상 경마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권 발매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예약을 통해 경주마 소유자인 마주 100명만 입장을 허용했다. 관객 밀집도가 높은 장외발매소는 열지 않았다. 

19일부터 주말 동안 진행된 경마에는 예약한 100명의 마주 가운데 70명 정도가 참여했으며 마권 발매 매출은 1400만 원가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 주마다 25만 명가량의 관중이 참여해 1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주 마사회가 거둔 매출은 0.01%정도에 불과하다.

마권 발매를 통한 수입이 미미한 상황에서 마사회의 지출은 늘어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는 코로나19 이전 한 달 기준으로 200억 원 정도 지급됐던 상금규모를 약 230억 원으로 확대하고 이에 맞춰 경기 수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로 그동안 경마가 진행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조교사와 기수, 말관리사 등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경기 수를 늘려 진행한다는 것이다. 

온전히 경마를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말산업계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마사회의 실적 악화와 말산업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되면 관중들이 경마장에 모이지 않아도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무관중이더라도 온전한 경마를 진행할 수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국제경마연맹에 회원으로 속해있는 세계 60여개 나라 가운데 종교적 문제로 경기관람만 즐길 뿐 베팅을 아예 금지한 몇 나라를 제외하면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말레이시아뿐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한 일본과 홍콩은 코로나19의 확산에도 경마를 중단하지 않고 무관중으로 경마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경마를 잠시 중단했지만 6월부터는 무관중으로 경마를 재개하고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경마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되면 불법경마를 일부 양성화해 세수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불법 경마 규모는 6조9천억 원으로 마사회가 2019년 거둬들인 매출 7조3937억 원의 93%에 이른다. 불법경마 가운데 6조3천억 원가량이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를 통해 전체 매출의 16%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지만 불법경마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1조2천억 원 정도의 세금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게 되면 실명인증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현재 비실명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외발매소보다 더욱 투명하게 경기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마사회는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장외발매소에서 여러 개의 비실명 계좌를 만든 일부 고객이 구매상한을 초과한 베팅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을 고려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 발매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경마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해서는 관련 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21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막판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뼈대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다른 정치적 쟁점사안들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아직 경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며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베팅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으며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되면 개인당 한도 제한도 더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