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영업 재개의 물꼬를 튼다. 

이 행장은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카카오뱅크가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려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문환,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케이뱅크 영업재개 물꼬 열어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22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23일부터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원화 입출금 계좌를 발급해 가상자산시장에 진출한다.

케이뱅크는 1년 넘게 자본 확충이 미뤄지며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7월 말로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 없이 카카오뱅크를 추격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가상자산서비스로 카카오뱅크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이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주요 주주들이 케이뱅크의 사업성에 의문을 보이면서 7월 말로 유상증자 일정을 미뤘다.

케이뱅크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로도 이미 급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추격하기에는 어렵지 않냐는 것이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를 선택하며 차별성과 외형 성장에서 어느 정도 명분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

카카오는 가상자산에 관한 국내 규제환경 등을 고려해 가상자산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카카오뱅크도 당분간 가상자산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그라운드X'를 통해 가상자산 '클레이'를 출시했음에도 코인원 등 가상자산거래소를 향해 클레이를 상장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제휴로 외형 성장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업비트의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을 흡수해 신규 가입자 수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기존 기업은행과 맺고 있던 가상자산 원화 입금서비스를 케이뱅크로 옮긴다. 이에 업비트 회원은 케이뱅크 계좌가 있어야만 가상자산 거래에 원화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케이뱅크는 2020년 5월 말 기준으로 129만 명의 고객 수를 보이고 있는데 업비트는 총 회원 수 300만 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제휴로 고객 수를 단기적으로 대폭 늘리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고객 이전에 따라 예치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2019년 말 기준 709억 원의 현금 및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업비트 고객 예치금 가운데 외부 기관에 예치된 금액은 2365억 원에 이른다.

다만 이번 제휴를 통해서도 카카오뱅크와 거리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케이뱅크에 업비트 회원 모두가 계좌를 옮긴다고 가정해도 3배가량 차이가 난다.

1분기 순이익 185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3% 증가하는 등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 길이 막히면 대출영업을 중단하는 등 개점 휴업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케이뱅크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7월 내 유상증자와 신주 발행을 통해 영업 재개를 위한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574억 원 규모 신주 발행과 유상증자 2392억 원을 합치면 7월28일 4천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자가 완료 되는대로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