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도와 중국 갈등에 인도 5G통신장비 공략할 절호의 기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인도 통신장비시장 공략에 호기를 맞았다.

인도와 중국의 사이가 틀어져 경쟁사이자 업계 1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인도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인도 5G통신장비시장을 놓고 중국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도와 중국 군인들이 국경에서 난투극을 벌여 인도 군인 수십 명이 사망한 뒤 인도에서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고 중국 기업 기피 움직임이 나타났다. 인도 정부는 중국 기업이 진행하던 공사의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국영통신사에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네트워크 장비를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사이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런 조치가 민영통신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인도 5G통신장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화웨이의 입지가 줄어들고 삼성전자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전자는 인도 1위 통신사업자 릴라이언스지오와 5G통신 시범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지오와 LTE 시절부터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릴라이언스지오 회장 자녀 결혼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친분이 깊어 5G 정식 상용화가 진행될 때 삼성전자가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릴라이언스지오와 함께 인도 3대 통신사인 바티에어텔과 보다폰아이디어는 삼성전자가 아닌 화웨이와 손잡고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민영통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화웨이 장비를 선호하고 있어 아직까지 5G 상용화 수주전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세계 5G통신장비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목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4분기 기준 점유율은 10.4%에 그치고 있어 목표 달성을 위해 화웨이(35.3%)의 아성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인도 5G통신장비시장은 모두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규모다. 3대 통신사가 향후 5년 동안 직접투자하는 규모만 해도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5G통신시장은 올해 안에 주파수 경매와 단계별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삼성전자가 이 곳에서 화웨이를 제치고 승기를 잡는다면 글로벌 점유율은 자연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국가에서 화웨이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자 삼성전자 5G통신장비가 영미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US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캐나다 텔러스 등과 5G통신장비 계약을 맺었다. 이 중 텔러스는 기존에 100% 화웨이 통신장비만 사용하던 곳이다.

여기에 영국도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 5G통신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인도시장도 잡는다면 글로벌 전체 시장의 판도가 삼성전자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도 5G통신장비시장뿐 아니라 스마트폰시장에서도 반중국 정서의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인도 스마트폰시장은 북미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인도시장에서 2018년 중국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선두자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형 스마트폰을 대거 투입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비보와 2위 싸움을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품 불매 흐름이 인도에서 확산되면 삼성전자가 치고 올라갈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시장 점유율 5위에 올라 있는 중국 오포는 17일 5G스마트폰 파인드X2 첫 출시행사를 전면 취소해 시장의 온도 변화를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