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의 매각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사업부 매각을 만지작거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 약속한 자본확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급한 불을 꺼야할 필요성이 커진 데다 앞으로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를 놓고 진행할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확충 급한 대한항공, 송현동 땅 꼬여 사업부 매각 다시 '만지작'

▲ 대한항공 항공기.


1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당장 구체적 자금확충 계획을 마련해야하는 대한항공이 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7일 온라인 기자간단회에서 “대한항공의 자구안 가운데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생각하는 정도의 매매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긴 하다”며 “(송현동 부지 매각이) 빨리 진행이 안 돼도 다른 부분으로 커버될 수 있도록 약정을 맺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4월 대한항공 자금지원방안을 발표할 때 “대한항공이 그동안 발표하지 않은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논조다.

채권단이 계속해서 대한항공에 추가로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줄다리기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천억 규모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2021년 말까지 2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하기로 했던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1조 원을 수혈하고 송현동 부지 및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매각해 나머지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서울시의 송현동 문화공원 조성계획으로 차질이 빚어졌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사업부 매각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내부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노조가 송현동 문화공원 조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를 향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 역시 송현동 부지 매각이 순탄치않게 되면 다른 사업부 매각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부를 매각한다면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내식사업부'가 꼽히고 있다.

다른 후보군으로 거명됐던 항공정비(MRO)사업부나 마일리지사업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분할매각이 수월한 데다 업황 상황이 좋아지면 곧장 회복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7월 말까지 외부 컨설팅을 진행해 사업부 매각 등을 채권단과 협의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부를 인수할 후보군을 찾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부 매각은 서울시와 협상 테이블에서 줄다리기를 위한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된 칼자루를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통해 쥐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에게 송현동 부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이 자금확충을 위해 서둘러 송현동 부지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4761억 원에 매입하겠다며 매입대금은 2022년까지 분할해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사업부를 매각해 자금 숨통이 트이면 땅주인인 대한항공으로선 굳이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물론 서울시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송현동 문화공원을 향한 의지가 굳건한 만큼 송현동 부지를 계속 빈터로 남겨두는 것보단 서울시로부터 좀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내는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