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미국 중국 반도체 패권경쟁, 한국도 국가 차원 지원해야"

▲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 <전국경제인연합회>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놓고 패권전쟁을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미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이 반도체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10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시장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향후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고 유럽은 8~10%, 대만은 6~7%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은 점유율이 2010년 2% 미만이었으나 2019년 5%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일본은 같은기간 점유율이 20%에서 10%까지 감소했다.

한국은 2010년 점유율 10%에서 2018년 24%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9년 19%로 뒷걸음질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산업기술 수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시스템 기술격차는 1.9년이었는데 2017년에도 1.8년으로 답보상태였다.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시스템 기술격차는 2013년 0.8년에서 2017년 0.6년으로 좁혀졌다.

전경련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굴기 등 중앙정부 차원의 경제개발정책 지원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기업이 중국 기업이었다. 

SMIC는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도 정부 지원 비중이 컸다. 반면 삼성전자는 0.8%, SK하이닉스는 0.6% 등 한국 기업의 정부 지원금 비중은 낮았다.

중국 반도체기업은 해외기업 인수합병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2014년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반도체기업 인수는 4곳에 불과했으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9개 기업이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의 적극적 인수합병의 배경에 2014년 마련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지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반도체 연구 등 첨단산업 지출을 1천억 달러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2월 백악관은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그동안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연구개발,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