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주자에 걸맞는 '박원순표 정책'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 대신 모든 국민 고용보험을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원하는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오늘Who] 대선주자 지지율 1% 박원순, '박원순표 정책' 만들어낼까

박원순 서울시장.


12일 여론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내놓은 ‘6월 다음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1%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이 28%,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 등 지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박 시장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다음 대선주자로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박 시장은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나려는 듯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기본소득 대신 모든 국민 고용보험이 더 효과적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얼핏 모든 시민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공평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집중적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이재명 지사가 사실상 선점한 기본소득과 다른 목소리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편 모든 국민 고용보험을 '박원순표'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모든 국민 고용보험이 기본소득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주요정책으로 정치권의 또 다른 화두가 된다면 답보상태에 있는 박 시장의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박 시장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모든 국민 고용보험은 문재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책인 만큼 박 시장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정치권의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씩 기본소득 논의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인데다 이낙연,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에서 당대표 도전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기본소득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소병훈 민주당 의원과 김성원 통합당 의원 등은 당을 넘어 기본소득 관련 포럼을 발족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박 시장은 다음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지지율 정체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박 시장과 같은 1%의 지지를 받은 인물들은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모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해 공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 않아 헌정사상 유일한 3선 서울시장이라는 박 시장과는 정치적 위상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5월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임기 중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정작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낮다”는 질문에 “(일을) 너무 많이 하니까 사람들이 모른다, 태평성대는 누가 황제인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만 해도 지지율이 비슷했던 이 지사와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에서 박 시장은 더욱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의 1월 3주 조사에서 이 지사와 박 시장의 지지율은 각각 3%, 2%였다.

박 시장이 기본소득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데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꾸준히 주장해와 정치권의 주요 의제가 됐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을 놓고 “이 지사 말씀보다, 뭐든지 현실적으로 실증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도자는 현실적이고 실증적이고 또 효과적인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모든 국민 고용보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박 시장의 비판을 놓고 기본소득과 모든 국민 고용보험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모든 국민 고용보험 이야기도 꼭 해야한다”며 “해야 하는데 이제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 이거를 하면 저거는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