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낸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안보다 더 강한 법안이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집단의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한 경제민주화법안이 거대 여당 국회에서 나온다, 대기업 잔뜩 긴장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각각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21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발의에 시동이 걸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은 민주당의 총선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공정경제 입법을 21대 국회에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은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등을 통해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 제정안 등을 말한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하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약화할 것으로 보는 만큼 국회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만 놓고 봐도 재계는 자회사를 향한 모회사의 지나친 개입으로 기업경영을 위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소액주주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다.

반면 법무부와 시민사회는 모기업 소액주주가 다중대표소송제를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을 견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남근 경제민주화 네트워크정책위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지배주주가 자회사를 이용해 사익추구 등의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회사 손실과 주주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안보다 더 강력한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법무부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외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가 사내이사를 2명 이상 뽑을 때 1주당 1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1주당 뽑는 이사 수만큼 표를 주는 제도다.
 
이사를 2명 뽑는다면 1주를 가진 주주는 2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이사 한명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인다.
 
강한 경제민주화법안이 거대 여당 국회에서 나온다, 대기업 잔뜩 긴장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중투표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향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1998년 상법에 도입됐으나 각 회사의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박 의원은 경제범죄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이사직 수행이 부적격하다고 여겨지는 인사를 견제하는 방안도 상법 개정안에 담는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부적격 이사를 재제하거나 해임하는 방안을 어떻게 개정안에 담을지 현재 의견을 모으고 있는 단계”라며 “법안 발의는 6월 셋째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 LS그룹 등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총수일가가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도 각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어 박 의원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 “그동안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경영 관련 법제도가 지속 개선돼 현재 글로벌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또 다시 규제를 강화해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재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