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의기억연대 논란을 계기로 시민단체의 기부금 사용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에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의 조문을 가다듬고 있다. 
 
행안부 장관 진영, 시민단체 기부금 투명성 강화의 접점 찾기 진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시행령 개정안의 뼈대는 기부자가 사용 내역을 요구하면 기부단체가 모금액과 사용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부단체는 요청을 받고 14일 이내에 내역을 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단체는 없다. 최근 정의연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서 정부의 기부금 사용 투명성 강화조치에 드러내놓고 반대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행안부의 시행령 개정 방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대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소액기부금은 사용처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특히 영세한 시민단체들이 많아 기부자의 요청을 받고 14일 만에 기부금액과 사용내역을 정리해서 공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한 처벌도 지나치다고 본다.

행안부는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자 9일로 예정된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미루고 관련 조항을 재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의무규정을 삭제하고 '기부자는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관련 장부 등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행안부는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 시한을 시민단체의 뜻을 반영해 ‘7일 이내'에서 ‘14일 이내'로 완화했으나 시민단체들은 이 또한 지키기 어렵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진 장관이 시민단체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 정의연 논란으로 행안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완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진 장관을 향해 “행안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 있다”며 “행안부가 기부금 모집 관련 법률에 의해 검사할 수 있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기부금 10억 원 이상 모집 등록 관청인 행안부가 관리·감독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것"이라며 “그동안은 회계감사 보고서만 제출받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지출이) 이뤄졌는지 이런 부분도 보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 차원의 기부금품 모집과 처리, 집행, 결과 보고와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하고 이에 따라 기부하는 행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단체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나 행안부에 '기부금품의 모집 등록'을 해야 한다. 모집 금액 목표가 10억 원 이상이면 무조건 행안부에 등록해야 한다.

행안부는 이 단체의 기부급품 모집, 접수행위가 법률을 위반하는지 확인해야 하며 모집금액 목표가 50억 원 이상이면 1년에 1회 이상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