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임원의 조합원 자격 취득까지 내세우는 전례 없는 홍보전략으로 조합원 표심을 잡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례적 홍보전략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하면서 수주전에 함께 뛰어든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이에 대응해 새로운 홍보전략을 꺼낼 지 시선이 몰린다.   
 
현대건설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우리도 조합원' 홍보, 결과가 궁금해

▲ (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문 대표이사,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8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한남3구역 수주전을 지휘하는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과 김태균 도시정비사업 총괄상무가 개인적으로 한남3구역 조합원 자격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만큼 언제, 어떻게 조합원 자격을 얻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합동설명회에서 두 사람이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법적 검토 등을 거쳐 문제가 없다는 점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4일 서울 중구 젝시가든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 합동설명회에서 김 상무와 함께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도시정비사업에 입찰한 건설사 직원들이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임원이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뒤 이를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을 이끄는 임원이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얻고 이를 합동설명회 등에서 발표한 적은 이전에 없었다”며 “현대건설이 수주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이해상충 등 논란거리도 남겼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임원들의 조합원 자격 취득까지 내세우는 것은 한남3구역 조합원들에게 친근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은 5월 언론에 입찰제안서 내용을 공개해 한남3구역 조합으로부터 홍보지침 위반에 따른 경고를 받았다.

홍보 관련 경고는 누적되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남3구역 조합원들이 1차 입찰을 무산시킨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홍보과열에 매우 민감한 만큼 현대건설이 조합 내부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홍보전략을 내놓을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한남3구역 재건축조합은 홍보과열을 막기 위해 전단지 1부, 합동설명회, 홍보관 운영을 통해서만 건설사들이 홍보를 펼치도록 홍보지침을 정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건설이 임원의 조합원 자격 취득으로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면서 대림산업과 GS건설도 홍보전략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입찰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은 정성적 요소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게 된다면 대림산업과 GS건설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대안설계와 ‘아크로’ 브랜드를 활용한 명품단지 조성을, GS건설은 낮은 공사비로 조합원 분담금이 적다는 점을 홍보관 홍보활동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림산업과 GS건설의 홍보내용은 입찰제안서에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현대건설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이주비 혜택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주전의 승패를 좌우할 만한 조건은 아니라는 시선이 많다. 

세 회사의 사업조건이 크게 차이가 없다면 입찰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은 홍보전략이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여 역대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한남3구역 수주전의 승자가 갈릴 수도 있는 셈이다. 

대림사업과 GS건설은 현대건설의 이례적 홍보전략에 수주전 과열을 우려하는 조합원들을 의식해 우선은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별도의 추가적 대응계획은 없다”고 말했고 대림산업 관계자도 “기존 홍보계획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적으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움직일 카드를 선정총회에서 꺼내들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세대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1조8880억 원에 이른다.

시공사 선정총회는 21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