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로 대규모 지각변동에 직면할 수 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앞세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Who] 현대차 재무 탄탄, 이원희 글로벌 자동차 위기에 기회 본다

▲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찾아온 전례 없는 위기는 향후 자동차업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는 완성차업체 사이 인수합병으로 이어졌다”며 “코로나19가 세계 자동차시장 수요와 공급에 동시 다발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완성차산업 구조개편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구조개편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일본 닛산이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공장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프랑스 르노도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공장 폐쇄 등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큰 지각변동을 겪었다.

1998년에는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독일의 다임러가 합병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출범했고 1999년에는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이 동맹을 결성했다.

2008년에는 미국 지엠이 파산했고 2009년에는 이탈리아 피아트가 다임러와 결별한 크라이슬러와 자본제휴를 맺고 인수작업을 시작했다. 인도 타타가 미국 포드로부터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를 인수하고 중국 지리가 포드의 볼보 브랜드를 품게 된 것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현대차는 과거 위기를 기회 삼아 성장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8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며 한 단계 도약했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략을 강화해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현대차는 2008년 자동차 판매량이 278만 대에 그쳤는데 2009년 311만 대, 2010년 361만 대, 2011년 405만 대 등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1년 이후 지금껏 한 해 10%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보인 적이 없다.

기아차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판매량을 크게 늘렸는데 현대기아차는 이를 바탕으로 2009년 글로벌 5위 완성차 판매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를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글로벌 완성차업계 위기 속에서도 단단한 내수를 바탕으로 안정적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닛산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순손실 7조7천억 원을 냈는데 현대차는 같은 기간 연결기준 순이익 2조8천억 원을 냈다. 1년 전과 비교해 닛산은 적자전환했지만 현대차는 순이익 규모가 33% 늘었다.

현대차는 1분기 개별기준 부채비율도 38.1%에 그쳐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11조 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에도 연말까지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5월 다이와증권, UBS증권, JP모건, CIMB증권, CLSA증권 등과 아시아, 북미, 유럽지역에서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데 이어 6월에도 모건스탠리, 미래에셋대우 등과 국내외 기업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기업인 만큼 국내외 기업설명회를 자주 열지만 이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활발히 설명회를 열며 시장 신뢰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오늘Who] 현대차 재무 탄탄, 이원희 글로벌 자동차 위기에 기회 본다

▲ 28일 일본 닛산의 스페인 바르셀로나공장 직원들이 공장 폐쇄 결정에 항의하며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차가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기업설명회 개최 공시를 낸 것은 모두 9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번보다 2배가량 많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시장 톱3에 오르고 이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선도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외 기업설명회 등을 통한 시장의 신뢰는 향후 원활한 자금조달로 이어질 수 있어 현대차의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 사장이 코로나19 속에서도 5월 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6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사장은 당시 회사채로 3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려 했는데 수요예측 결과 1조4천억 원이 몰려 6천억 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이 사장은 이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미국 판매법인 재경담당 임원으로 일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미국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2010년까지 미국에서 일했는데 현대차 미국 소매판매량은 2008년 40만2천 대에서 2009년 43만5천 대, 2010년 53만8천 대 등 2년 사이 34%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사적으로 위기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유동성 위험을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수요 회복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