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한 눈 팔기 어려운데 경영권 다툼이라는 불씨가 다시 일어날 상황에 놓여 대한항공 위기 탈출에도 부담을 안게 됐다.

27일 항공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반도그룹이 한진칼 주식을 2.1% 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자본력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항공 위기탈출 급한 조원태, 반도그룹 경영권 다툼 재공세에 부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올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좌우했던 일반주주 비율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30% 안팎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조원태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이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두고 서로 앞 다퉈 경영전략을 내놓았던 것은 30% 안팎의 일반주주 표심이 경영권의 향배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조원태 회장 측과 주주연합이 지분비율을 늘리면서 현재 일반주주의 비율은 14% 안팎으로 줄었다.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에도 여객기를 화물기로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등 경영에 머리를 짜내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273억 원, 영업손실 827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흑자(2308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지만 증권시장에서 2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조원태 회장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 및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매각이라는 자구안을 마련하며 정부 지원과 관련한 특별약정을 맺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그룹 등 주주연합이 경영권 다툼에 다시 나선다면 조원태 회장이 이를 다시 방어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하면서 내야되는 2천억 원 규모의 상속세 때문에 추가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반면 반도그룹은 자본여력이 충분해 이를 앞세워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반도그룹이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진칼 주식은 122만5880주로 파악되는데 26일 종가인 9만 원을 기준으로 금액을 환산하면 1103억 원 규모가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반도그룹은 부채비율을 꾸준히 낮추며 자본력을 키워가고 있다.

반도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은 2016년 255%에서 2019년 9.8%로 떨어졌다. 2018년 17.9%에서 1년 새 절반 가까이 부채비율을 줄였다.

올해 초 증권업계에서는 2018년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반도그룹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반도그룹의 부채비율이 더 줄어든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여력도 커진 상태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반도그룹을 비롯한 주주연합이 올해 하반기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궁극적으로 자본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주연합 측에서 올해 초에도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만큼 올해 하반기 무렵부터 임시 주주총회와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