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오리온 20대 직원의 자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을 묵인·방조했다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1일 담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오리온 직장내 괴롭힘 묵인 방조 혐의로 담철곤 검찰고발

▲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9일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오리온> 


이들은 “담 회장은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진실규명과 대책마련 등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 오리온 공장에 다니다 목숨을 끊은 직원이 남긴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팀장과 직원이 (회사를) 다니기 싫게 만든다”, “그만 괴롭히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이 직원은 2년 동안 오리온에서 일하면서 직장에서 반복되는 따돌림과 유언비어에 힘들어했다.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왔다는 이유로 업무시간 외에 상급자에게 불려다니며 과도하게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하거나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것이 유가족의 주장이다.

현재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서도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은 21일 발표문을 통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문제가 된 임직원이 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자체 조사에서는 동료들과 개인적 갈등이 있었을 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만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오리온은 "회사 내부조사에서도 공장에 일부 경직된 조직문화는 문제가 있지만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가 아닌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냈다"며 "고용노동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회사가 이를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최근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다수 나오고 있어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입장문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근 유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한 뒤 즉시 조사 및 징계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조사결과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고인이 일과 관련한 애로사항 등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공장의 일부 경직된 조직문화를 꾸준한 교육과 지도를 통해 바꾸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