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공공의과대학 설립이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공의대 설립은 여러 지자체의 숙원사업인데다 정부 유관부처와 협의도 필요한 만큼 박 시장이 지자체 최초로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면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대 설립 내건 박원순, 의료계와 전북 반대 잠재울 정치력이 열쇠

박원순 서울시장.


21일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공공의대 설립만이 공공의료를 살리는 만능열쇠라는 허구에서 시급히 깨어나야 한다”며  박 시장의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박 시장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로 다음날 주요 이해당사자인  의사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20일 박 시장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돼 지지부진하던 공공의대 설립의 적기”라며 대규모 의료체계 개편방안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립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공동의대 설립으로 의사 배출 인원이 늘어날 수 있고 민간의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공공의대 설립을 본격 추진하게 되면 의사협회는 물론이고 의사회장협의회, 개원의협의회 등 의사 관련 단체들이 집단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박 시장이 서울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면 의료계의 반대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그동안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온 다른 지자체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특히 남원시에 공공의대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전북에서는 박 시장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상진 민생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일 남원의 정원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라면 박 시장의 인식에 매우 큰 문제가 있다”며 “99억 원을 들고 있는 부자가 100억 원을 채우겠다며 1억 원 지닌 사람의 재산을 빼앗는 거나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남원시는 2017년에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학교가 폐교되면서 지역에 배정된 의대 정원을 지키기 위해 국립 공공의대 설립에 나서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의료계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염병 사태에 대응해 공공의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코로나19와 최선전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 대부분이 민간의사라는 점을 들어 공공의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 시장은 이전에 공공의대 설립 추진했다 실패한 적이 있는 만큼  민주당과 정부 관계 부처를 설득하는 일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공의대 설립을 발표하면서 다른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서울시는 정부 및 타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여러 지자체와 공동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도 열어 놓고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7년에 폐교된 서남대를 인수해 서울시립대 안에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교육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