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코로나19에 따른 해외판매 급감 속에서도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은 취임 첫 해 잔뼈가 굵은 유럽에서 해외판매 회복을 노린다.
 
유럽 자동차시장 자신있는 송호성, 기아차 해외판매 회복은 유럽부터

▲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2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 들어 유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1월부터 4월까지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자동차 12만2704대를 팔아 점유율 3.7%를 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대수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지만 점유율은 0.5%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549만2천 대에서 334만6천 대로 39% 감소했다는 점을 보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3월과 4월에는 유럽에서 현대차보다 더 많이 자동차를 팔았다. 

기아차는 유럽에서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2년 30만 대, 2016년 40만 대를 넘긴 뒤 지난해 처음으로 50만 대를 넘겼다.

기아차는 올해 남은 기간도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단단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의 유럽 판매는 씨드와 스포티지가 이끌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유럽에서 씨드 2만427대, 스포티지 2만4039대를 팔았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씨드CUV(크로스오버 차량)도 1만2530대 팔렸다. 이 세 차종을 합치면 기아차 유럽 전체 판매량의 46%에 이른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씨드와 스포티지는 전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만든다. 기아차는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췄던 슬로바키아 공장을 4월24일부터 다시 가동하며 유럽 자동차시장 수요 회복에 대비하고 있다.

기아차가 코로나19 이후 최근 유럽에 2020 스포티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만큼 새 라인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은 송 사장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으로 평가된다.

송 사장은 불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로 1988년 현대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기아차 프랑스 판매법인장, 수출기획실장, 유럽총괄법인장,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유럽 전문가다.

기아차는 2006년 12월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씨드를 생산하며 유럽공략을 본격화했는데 송 사장은 당시 프랑스 판매법인장을 맡아 씨드를 프랑스 인기차종으로 키우며 유럽 공략의 기틀을 다졌다.

씨드(Cee’d)는 기아차가 유럽 공략을 위해 만든 유럽형 준중형차로 ‘유럽시장(Community of Europe)을 위한 유러피안 디자인(European Design)’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 사장은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 4년 동안 유럽 총괄법인장을 맡아 기아차의 유럽 판매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당시 유럽 판매량이 2013년 33만9천 대에서 2017년 47만3천 대로 40% 가량 늘면서 50만 대 돌파의 초석을 다졌다.

같은 기간 기아차 전체 해외판매량이 236만9천 대에서 222만5천 대로 6%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송 사장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기아차 전체 해외판매에서 차지하는 유럽 비중은 2013년 14%에서 2017년 21%까지 확대됐고 여전히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송 사장은 유럽에서 국내 자동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제56회 무역의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아차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기아차는 6월1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송 사장을 사내이사에 공식 선임한다.

송 사장은 현재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며 기아차 해외시장 확대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데 역시 유럽을 앞세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 개발이 대표적이다.
 
유럽 자동차시장 자신있는 송호성, 기아차 해외판매 회복은 유럽부터

▲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가운데)이 20일 수출 선적부두 평택항을 찾아 수출 대기 중인 니로EV를 살펴보고 있다. <기아자동차>


차량 구매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구현한 시스템으로 하반기 독일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아차는 해외 판매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해외에서 모두 225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18년보다 1% 줄었다. 해외 판매가 가장 많았던 2014년 257만6천 대와 비교하면 13% 가량 감소했다.

유럽은 선진차들이 격돌하는 시장인 만큼 유럽시장 경쟁력 확대는 유럽을 제외한 해외시장 경쟁력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송 사장은 20일 승진 뒤 첫 공식 외부행사로 기아차 최대 수출 선적부두인 경기 평택항을 찾아 수출물량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며 해외시장 회복 의지를 다졌다.

송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아차 전 부문이 기본에 충실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19시기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