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베어스' 매각 놓고 두산 자구안 의지 시험대 오르다

▲ 2019년 10월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승리해 2019 통합우승을 이룬 두산베어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구단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 가운데 왼쪽)이 우승트로피를 들자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도 매물로 내놓게 될까?

두산그룹의 ‘상징’ 두산베어스 매각을 놓고 두산중공업 채권단과 두산그룹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베어스 몸값은 높아봤자 2천억 원 안팎에 그쳐 자산으로서의 가치보다는 두산그룹의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최근 두산베어스도 매각대상에 올릴 것을 두산그룹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베어스 지분은 두산이 100%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두산밥캣이나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알짜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두산베어스는 이름이 거의 오르내리지 않았다. 몸값이 그리 높지 않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보탬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두산베어스 가격은 1천억 ~2천억 원 사이를 오간다. 야구단 매각이 흔치 않은 일인 데다 유형의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효과 등이 커서 가격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매출 580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거뒀다. 포브스코리아의 2019년 평가에 따르면 두산베어스의 가치는 1907억 원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3조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두산베어스는 3조 원 규모의 계획에 들어가나 빠지나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두산베어스 매각을 꺼내든 이유는 두산그룹이 ‘어디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5월 말 구체적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내놓을 각오’로 자구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넣었다는 것이다.

채권단으로선 두산그룹에 특혜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원의 명분’이 그만큼 필요하기도 하다.

이에 앞서 4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버금하는 자구안을 두산그룹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을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러분에게도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삼구 전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이 지니는 의미 못지 않게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베어스 의미는 남다르다.

두산베어스는 1982년 출범한 국내 첫 프로야구단이다. 당시 두산그룹을 이끌던 박용곤 명예회장은 야구를 좋아해 한국프로야구 출범 때 가장 먼저 OB베어스를 창단했다.

그는 10년 동안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지내면서 ‘화수분 야구’의 바탕이 된 2군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전지훈련장을 찾아 선수들 손을 일일이 맞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서는 차남인 박정원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두산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에도 두산베어스 구단주였는데 총수에 오른 뒤에도 구단주 지위를 유지했다.

박정원 회장 역시 야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야구장을 찾은 총수다. 과거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니면서 학내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로 뛰기도 했다.

두산베어스는 특히 두산그룹이 주류사업, 외식사업, 면세점사업 등 소비재사업에서 모두 손을 떼면서 소비자와 두산그룹이 직접 만나는 마지막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은 “두산베어스를 매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유무형의 마케팅효과가 크고 운영비도 1년에 100억 원 안팎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