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을 덜고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부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제로금리에 건전성 주름살, 여승주 공동재보험 활용 모색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1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공동재보험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이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이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뜻한다.

원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내재된 손실위험을 재보험사에 전가하고 재보험사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으며 전가받은 위험을 원보험사와 함께 분담하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4월17일 공동재보험 도입을 위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을 고시했다. 이와 관련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시행세칙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6월 말경 공동재보험 도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아직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고 보험계약 가운데 공동재보험으로 넘길 수 있는 고금리 보험상품 및 비용 등을 계산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지침이 확실하게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승주 사장은 한화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재무 전무가로 저금리로 흔들리는 한화생명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여 사장은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큰 손실을 보며 적자에 허덕이던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능력을 입증한 적 있다.

한화생명은 2019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1395억 원, 순이익 1150억 원을 거뒀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춰 올해도 실적을 개선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여 사장이 공동재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생명은 2000년대 초반 금리가 높았던 시절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2019년 3분기 말 기준 5% 이상 확정금리 상품비중은 57.9%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은 꾸준히 발생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서 운용 수익이 줄어 이차역마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2019년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3.45%, 부담금리는 4.51%로 집계됐다. 운용자산 이익률과 부담금리의 차이는 2016년 -0.71%포인트, 2017년 -0.89%포인트, 2018년 -0.95%포인트로 점차 커졌고 지난해에는 -1.06%포인트로 차이가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사들은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추기도 했다.

여 사장이 2월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에 5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도 바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역마진이 나는 보험계약을 계속 들고 있으면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줄 책임준비금이 늘어나고 요구자본이 증가해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한다.

하지만 이 보험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기면 한화생명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여 사장으로서는 금리위험을 덜 수 있는 옵션이 한 가지 생기는 셈이다.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대비해 부험부채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공동재보험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은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부채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준비금이다.

한화생명이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고금리 확정상품의 부채를 모두 시가로 계상하면 장부상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이때 지급여력비율 등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자나 차입을 통해 가용자본을 늘리거나 요구자본을 줄여야 한다.

보험업황이 악화하고 있어 증자는 쉽지 않고 차입할 때도 비용이 발생한다. 공동재보험을 통해 고금리 확정상품을 재보험사에 전가하면 요구자본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