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을 인수합병해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카드 분야 역량을 강화한다.

인텔과 AMD 등 다른 경쟁기업의 추격에 대응해 이 분야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카드 강자 엔비디아, 인수합병으로 데이터센터 제품도 장악 시도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10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엔비디아는 최근 인수한 이스라엘 ‘멜라녹스’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멜라녹스는 ‘인피니밴드’용 네트워크 칩 등을 개발해 왔다. 인피니밴드는 ‘무한 대역폭(Infinite Bandwidth)’의 줄임말로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컴퓨터를 위한 네트워크 연결방식을 말한다.

기존 연결방식 PCI(주변장치 상호연결)와 달리 여러 장비 사이의 통신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만큼 더욱 쉽게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일 수 있다. 네트워크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멜라녹스는 현재 인피니밴드시장에서 점유율 85%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가 멜라녹스의 네트워크 기술에 최적화한 제품을 개발해 그래픽카드 사용처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한 것은 136대 수준인 반면 멜라녹스 제품을 사용한 쪽은 270여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IT매체 WCCF테크는 “엔비디아는 이번 합병을 통해 데이터센터 기반 컴퓨팅 및 클라우드 솔루션을 최적화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장치, 자율주행차 등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점유율 70%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해 왔는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힘을 싣고 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카드 비중은 2018년 4분기 21%에서 2019년 4분기 31%로 대폭 확대됐다.

이는 그래픽카드의 사용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는 기존에는 말 그대로 그래픽을 처리하는 데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데이터를 차례대로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에 더 적합하다.

그래픽카드 수요는 데이터센터시장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시장이 2018년 1830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437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봤다.

다만 엔비디아가 늘어나는 그래픽카드 수요를 일방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기업 인텔과 AMD 역시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확대되는 데이터센터시장을 노려 잇따라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자체 개발한 GPU를 기반으로 2020년 10나노급 그래픽카드를, 2021년 7나노급 그래픽카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MD는 2019년 7나노급 그래픽카드를 선보인 데 이어 5나노급 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로서는 멜라녹스 인수를 동력으로 삼아 이런 경쟁기업들을 뿌리쳐야 하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2019년 3월 멜라녹스와 7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독점 규제당국의 허가 등 절차를 거쳐 2020년 4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