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미래에셋)이 미국 호텔 매매계약과 관련해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전에 들어가면서 7천억원 대의 계약금의 반환 여부를 다투게 됐다.

최근 미래에셋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온 만큼 소송의 승패가 더욱 중요해졌다.
 
유동성 우려 미래에셋, 미국 호텔 계약금 7천억 소송전 결과 주목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6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미래에셋과 안방보험은 호텔의 소유권 문제를 두고 서로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안방보험측이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았다는 자산과 관련해 복수의 권원 보험회사에서 보장을 거부했다"며 "법원의 판단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승소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소송의 핵심쟁점은 안방보험이 매각하려는 호텔에 '완전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미래에셋 측은 부동산 등기와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보장하는 권원 보험사가 안방보험과 제3자 사이의 소송과 관련된 내용을 보장할 수 없다며 안방보험의 자산을 보장범위에서 배제해 완전한 소유권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안방보험측은 5일 공개한 소장에서 "권원 보험회사가 방어의무에 따른 비용 부담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보장을 거부한 것"이라며 "소유권 보험증서를 수령하는 것이 거래종결의 선제조건도 아니었다"며 반박했다.

이에 더해 안방보험은 미국 법원에서 이미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고 항소기한도 지나 권원 보험사의 보장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한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 측이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호텔산업의 가치가 하락하자 계약을 파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전형적 '매수인의 변심'"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에서 주목되는 점은 계약금의 반환 여부다. 미래에셋은 약 7100억 원을 계약금으로 안방보험 측에 납입했다.

만약 미래에셋의 주장대로 안방보험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난다면 계약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최고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미래에셋이 패소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꾸준히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마중가타워 재매각 난항, 아시아나 항공 인수 연기 등으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받아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4월9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 미래에셋대우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는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적정성이 향후 12∼24개월 동안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를 반영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은 해외부동산 재매각, 아시아나 항공 등 굵직한 대체투자사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019년 미래에셋대우가 1조 원 규모로 사들인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는 유럽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연기되면서 '미래에셋이 자금난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는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과도한 우려'라며 이런 유동성 논란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코로나19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치절하가 예상되는 호텔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출구전략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호텔 인수금액 가운데 미래에셋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조4천억 원에 이르는데 코로나19로 호텔업황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대로 지불하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미래에셋이 미국 호텔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투자규모가 매우 큰 만큼 초기투자 및 재매각 단계에서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유동성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