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캐릭터 ‘펭수’가 4월로 데뷔 1주년을 맞았지만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펭수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는 200만 명이 넘었고 펭수가 1년 동안 활동한 모습과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화보집까지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다. 
 
EBS 캐릭터 펭수 '데뷔 1년' 지나도 인기 여전, 그 비결은 '공감의 힘'

▲ 펭수. <연합뉴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펭수의 인기가 왜 이렇게 높을까?

30일 콘텐츠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팽수의 인기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펭수는 카카오프렌즈나 라인프렌즈처럼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장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인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펭수는 처음 EBS에 등장할 때 바람직한 어린이상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치면서 성장하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펭수는 10살의 펭귄으로 남극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와 EBS에 연습생으로 입사해 우주 대스타가 된다는 원대한 목표를 지닌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지게 됐다. 

펭수를 발탁하고 키워낸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EBS PD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펭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펭수를 ‘펭격(펭수+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펭수가 당당하고 자기표현과 욕구가 확실한 인격을 지닌 캐릭터여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공감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캐릭터산업 외형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성장했지만 우리나라 경제 위상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 채 단순이 예쁜 디자인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런 점에서 펭수는 우리나라 캐릭터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시사점을 던진다. 디자인과 스토리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명중 EBS 사장이 젊은 제작진에게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점도 펭수의 주요 인기비결로 꼽힌다. 

김명중 사장은 펭수 유튜브 계정 '자이언트 펭TV' 구독자가 1만 명을 넘었을 때 간부회의에서 “지금부터 이슬예나 PD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은 펭수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 문화를 지닌 방송업계에서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실어준 점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올해 초 EBS 유아어린이부에서 자이언트 펭TV 담당팀을 따로 떼어 ‘펭TV&브랜드스튜디오'를 만들어 독립성을 더욱 높였다.  

젊고 독립성을 지닌 제작진들이 콘텐츠 대상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시작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하면서 특히 청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인 '펭수가 어려운 시절을 겪고 우주 대스타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펭수 제작진은 남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과감하게 그만두는 자기객관화 과정을 통해 펭수의 팬층을 넓힌 것으로 분석된다.

콘텐츠는 유행을 크게 타기 때문에 인기를 쉽게 얻을 수도 있지만 빠르게 도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지지해주는 팬층의 의견을 재빨리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이 PD는 “팬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펭수가 성장하는 모습과 매력을 보여주면서 재미를 주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말했다. 

펭수는 펭수의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이 과정을 팬들과 함께 하면서 팬덤을 차근차근 확장하고 있다. 

펭수는 이런 점에서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는 자생적이고 롱런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콘텐츠업계에서 나온다.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됩니다." 

펭수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위로인데 콘텐츠산업 관계자들이 더욱 새겨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