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강한 의지로 추진해왔던 대형 대체투자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회장은 대체투자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는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박 회장의 행보에 차질이 생겼다는 시선도 있다.
 
[오늘Who] 미래에셋금융 큰 거래 삐거덕, 박현주 위기 또 뛰어넘나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공교롭게도 박 회장은 과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고비마다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패를 경험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잘 넘어설지 주목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중국 안방보험과 맺은 7조 원대 미국 호텔 매매거래가 모두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28일 중국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에 인수완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안방보험 측을 인용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당장 쉽지 않으니 계약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거래가 4월17일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안방보험 측이 거래 종결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보도내용을 반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제3자와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이에 안방보험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안방보험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월 17일 안방보험 측에 계약상 위반사항을 15일 안에 해소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서를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통지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당 기간이 종료되는 5월2일까지 안방보험의 문제 해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거래에 정통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부동산 등기와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보장하는 권원 보험사가 안방보험과 제3자 사이의 소송과 관련된 내용을 보장할 수 없다며 안방보험의 자산을 보장범위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완전한 소유권을 제공하겠다는 당초 계약내용에 위반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가치가 급락한 호텔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다거나 인수의지가 없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상대의 위반사항만 해결된다면 계획대로 인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관련해서도 애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9일 공시를 통해 당초 30일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 변경하며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주식 취득일을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4월 30일까지 주식취득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운항 중단 등 직격탄을 맞으며 아시아나 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인수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서 2조5천억 원을 제시했고 미래에셋대우는 그 가운데 현금 약 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호텔산업과 항공산업에서 대규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두 사업이 모두 기약없이 연기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자산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호텔 인수, 관광단지 개발 등에 적극 투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호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호텔을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 역시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19년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국민 40%가 여권을 지니고 있는 반면 중국 국민 가운데 여권을 들고 있는 비중은 4%에 그친다"며 "중국 국민의 10%만 여권을 소지하게 돼도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박 회장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 투자금융업계의 '금손'으로 불리지만 큰 위기에 유독 약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비롯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런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07년 10월 한국에 방문해 "중국 증시가 급등했으며 버블 붕괴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박 회장은 스스로를 신형차 '렉서스'에, 워렌 버핏 회장을 구형 '포드'에 비유하며 "미국이나 유럽 전문가들은 아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이 저렇게 활황인데도 '위험하다', '버블이다'라고만 생각해 투자수익을 얻지 못했다"며 공격적으로 중국 투자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2008년 초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국 증시 거품이 꺼져 주가가 폭락했고 박 회장은 운용하던 펀드 원금의 반을 잃는 등 위기를 맞았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사태 당시에는 박 회장 이름을 내건 펀드 '박현주 2호'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