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체질개선 힘겨운 싸움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의 체질 개선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달콤했던 저축성보험을 버리고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한화생명을 확 바꿨다.

과거 높은 금리로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여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평균 부담 금리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9년 4분기 기준 평균 부담 금리는 직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낮아진 4.52% 보였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풀어나가야 한다.

2019년 말 기준 한화생명 운용자산은 96조4610억 원에 이르지만 운용자산 이익률은 3.45%에 그치고 있다.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에 5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도 바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여 사장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해외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한화생명의 투자수익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널리 사용된 성과관리체계인 OKR을 도입하며 한화생명의 변화를 위해 속도내고 있다.

◆ 저금리에 흔들리는 한화생명, 여승주 ‘구원투수’ 역할 맡아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화생명은 2019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1395억 원, 순이익 1150억 원 거뒀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춰 실적을 개선해 가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차남규 부회장이 2019년 12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제는 절박한 실적 개선과제를 여승주 사장 홀로 짊어지게 됐다.

여 사장이 한화생명에 오게 된 것도 바로 한화생명의 ‘구원투수’역할을 해달라는 그룹의 기대에 따른 것이다.

여 사장은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큰 손실을 보며 적자에 허덕이던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여 사장은 당시 한화투자증권의 손실을 만회하고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금융사업 확대, 트레이딩사업 업그레이드, 자산관리(WM) 및 홀세일(Wholesale)부문 수익 극대화, 그룹 시너지 극대화 등을 추진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성공했다.

여 사장의 경영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한화투자증권은 2016년 순손실 1615억 원을 냈으나 2017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순이익 175억 원, 183억 원을 거뒀다.

◆ 보험업황 악화와 저금리 기조에 한화생명 주가는 내리막길 

보험업황 악화와 저금리 기조에 한화생명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한화생명 주가는 한때 1천 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화생명 주가의 내리막은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여승주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못했다.

여 사장이 대표이사로 오른 2019년 3월25일 주가는 3935원이었으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2월30일 2310원으로 주가는 40%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주가 하락폭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졌다는 점은 여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컨트롤타워에 경영권 승계 도우미 역할도 막중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2019년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여승주 사장은 한화생명 대표이사를 맡기 전에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7월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주식회사 한화로 파견돼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을 맡아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전반의 관리를 맡았다.

2018년 6월 경영기획실은 사라졌지만 여승주 사장은 한화생명에서도 기존 역할을 계속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식으로 규제 방향을 정하면서 한화그룹도 금융계열사 전반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다. 

특히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는 그룹의 승계구도와도 연결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상무가 향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 것으로 보이며 여 사장은 이 승계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여 사장은 김동원 상무에게 한화생명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여승주, 한화그룹 안에서 대표적 재무전문가로 꼽혀

여승주 사장은 한화그룹 안에서 손에 꼽히는 재무전문가다.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해 숫자에 밝고 꼼꼼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 실무총괄을 맡았고 그룹에서 재정팀장과 경영혁신팀장, 전략기획실장(CFO) 등을 역임했다.

2010년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의 증시 상장과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 당시 실무작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여 사장은 삼성그룹과 빅딜을 성공적으로 이루며 한화그룹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여 사장은 금융시장의 판을 읽을 줄 아는 것은 물론 위기 대응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