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지지부진했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폐지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여전히 케이블TV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보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KT의 딜라이브 인수합병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유력, 구현모 KT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하나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보다 사후규제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보다 실효성있는 ‘사후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던 의원들이 총선에서 대거 당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광온, 변재일, 이상민 의원 등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합산규제 일몰을 주장했던 만큼 그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완전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후규제안을 합의해 2019년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만약 21대 국회가 정부의 사후규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법을 개정한다면 2018년 6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일몰 이후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했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완전 폐지로 가닥이 잡히게 된다. 

그동안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1/3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합산규제의 재도입 논의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M&A)에 뛰어들지 않았던 KT로서는 장애물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KT는 실제로 지난해 딜라이브 인수를 잠정 중단하는 이유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결론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KT가 합산규제의 완전 폐지 이후로도 그동안 중단됐던 딜라이브 인수합병 등에 다시 뛰어들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동안 KT의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이 딜라이브 인수합병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것과 달리 구현모 현 대표이사 사장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KT의 인터넷TV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 대표는 “이미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결정하거나 완료한 상황에서 급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과연 케이블TV와 인터넷TV가 어느정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차분하게 지켜보고 인수합병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최근 증권사 연구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인수합병보다는 KT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략방향을 내놓았다.

다만 구 대표가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아닌 만큼 합산규제가 완전히 폐지되고 KT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굳이 딜라이브 인수합병 추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우량매물’로 평가받는 현대HCN의 매각과 관련해 이동통신3사가 현대HCN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선뜻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이 ‘매수자 우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유료방송시장 상황이 케이블TV 업체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현대HCN보다 훨씬 먼저 매물로 나와있던 딜라이브가 몸값을 확 낮춰서라도 하루 빨리 인수합병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계속 딜라이브를 인수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면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몸값을 잔뜩 낮춘 딜라이브를 ‘싼 값’에 인수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가 마냥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규제다.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에서 이 규제의 재도입과 관련된 논의는 20대 국회가 다 끝나가는 지금도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유료방송의 미디어 다양성 조사·연구 △케이블TV업체의 최다액 출자자 승인 때 방통위의 의견 청취 △유료방송 이용요금의 신고제 도입 등을 담은 사후규제 방안을 2019년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 의원들 사이에서 재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사후규제안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과 명확한 사후규제안을 확정하기 전까지 합산규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