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KT 가입자와 IT 기술 등을 활용해 ‘생활금융’이라는 금융사업의 새 판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케이뱅크의 인터넷은행사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의 첫 발을 뗐다.

16일 KT에 따르면 자회사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자금을 수혈화 정상화한 뒤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늘Who] 구현모, 케이뱅크 중심의 KT 생활금융 새 판 짜기 첫 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KT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자금 수혈을 통해 정상화된 이후 여러 계획들이 있었는데 이런 계획들이 전부 뒤로 밀려있었다”며 “KT와 BC카드, 지니뮤직 등 자회사들의 서비스와 연계한 상품 출시를 통해서 계열사 사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앞으로 자회사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를 지배하게 된다.

KT의 이동통신사업 및 미디어사업, BC카드의 카드사업, 케이뱅크의 금융사업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금융사업의 새 판을 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구 사장은 특히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KT의 특성을 살려 KT의 생활서비스와 케이뱅크의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생활금융의 'KT 생태계’를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플랫폼 경쟁력을 등에 업고 인터넷은행 사업을 크게 키운 것을 살피면 구 사장 역시 비슷한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사장은 KT 생태계를 통해서 금융서비스를 ‘생활밀착형’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는 현재 1800만 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TV, 초고속인터넷,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음악 플랫폼 등 다른 미디어 서비스들의 가입자가 더해진다면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의 대표적 예로 KT의 자회사인 지니뮤직과 케이뱅크가 예전에 내놓았던 ‘뮤직K 정기예금’ 상품을 들 수 있다. 이 상품은 매달 지급되는 이자 대신 ‘지니뮤직 한달 이용권’을 고객들에게 주는 상품이다. 

구 사장은 또한 KT가 보유한 각종 정보기술(IT)을 금융사업에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KT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객에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추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판매업 등도 KT의 정보기술을 금융사업에 활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15일 여신금융협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BC카드는 17일 KT의 케이뱅크 지분을 373억 원에 사들이고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KT는 대규모 자본확충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의 영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직접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려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면서 대신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 방법을 선택했다.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위가 KT의 우회증자를 승인해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케이뱅크의 증자를 두고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돕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