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6월 출범 5년을 맞는다. KB손해보험은 2015년 6월 기존 ‘LIG’ 대신 ‘KB’를 달고 새출발했다.

KB손해보험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첫 인수합병 작품이다. 인수 직후부터 가파르게 순이익을 늘리며 ‘효자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업황 악화에 효자 없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실적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윤종규 '인수합병 1호' KB손해보험, 양종희 '효자 역할' 기대 부담 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도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가 올해도 영업환경 악화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KB손해보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이 저성장, 저출산, 저금리의 3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점은 그나마 양 사장에게 위안거리지만 손해율 개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다.

KB손해보험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와 위상, 기여도로 볼 때 계열사에서 ‘맏이’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예전같지 못하다.

지난해에는 KB금융그룹의 비은행 주력계열사 3곳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도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였으나 지난해에는 KB국민카드와 KB증권에 밀리며 4위까지 떨어졌다.

윤종규 회장의 발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회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KB손해보험 노조위원장을 향해 “KB손해보험을 인수한 지 4년이 지났는데 KB손해보험이 더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재차 말했다. 노조위원장만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여기고 넘기기에는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KB금융지주는 KB손해보험의 실적 하락에 당장 크게 연연하지는 않고 있다. 단기 실적과 외형 성장에 연연하기보다 미래가치를 키워나가는 현재의 가치경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 사장은 사실상 지금의 KB손해보험을 만든 인물이다. KB손해보험이 출범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4년 이상을 대표로 지내고 있다. 인수 실무부터 담당했다는 점에서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잔혹사’를 끊어낸 윤 회장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특히 보험업 경력이 거의 없다는 약점을 딛고 금융지주와 전혀 다른 ‘DNA’를 지닌 LIG손해보험과 KB금융지주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수 이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출신들이 KB손해보험으로 이동하면서 내부 진통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양 사장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양 사장에게 올해 성적표가 특히 더 중요한 이유는 올해 KB금융그룹에서 윤종규 회장은 물론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증권, KB국민카드 등 주력계열사 대표들의 임기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력계열사 대표들이 ‘포스트 윤종규’ 구도에서 가장 유리한 KB국민은행장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양 사장 역시 이번에 KB국민은행장이 되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양 사장은 KB금융그룹의 후계구도를 얘기할 때 항상 1순위로 거명된다. 2017년 윤 회장이 연임할 당시 윤 회장과 함께 회장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양 사장은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이 KB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낼 때 함께 일했고 윤 회장이 KB금융지주에서 부사장을 지낼 때는 전략기획부장으로 근무했다.

통상 한 번 연임하는 일반적 관행인데도 양 사장이 세 차례나 연임했다는 점에서도 양 사장을 향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