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가 그동안 공을 들인 인도에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은 인도시장에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왔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공장 폐쇄라는 암초를 맞닥뜨리게 됐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공들인 인도시장에서 코로나19 탓에 고전

▲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건설기계업황이 부진함에 따라 현대건설기기계도 올해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건설기계가 차별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인도시장 공략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기계는 현재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20% 안팎으로 현지기업인 타타-히타치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전국적 봉쇄명령에 따라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푸네공장은 3월25일부터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모든 생산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공장 폐쇄가 예정대로 14일에 끝나더라도 코로나19가 끝나기 전까지는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영업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도는 정부의 통행 제한에 따라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출근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라며 “현대건설기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기 전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수밖에 없어 2분기에도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건설기계시장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시장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007년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에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이어왔다. 중국보다 인도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푸네공장 생산시설을 연간 1만 세대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공 사장은 2013~2016년 3년 동안 인도 법인장을 역임해 현지시장 이해도가 높은 만큼 현대건설기계 인도 공략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2017년 4월 현대건설기계가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했을 때부터 대표에 올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 영업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5월 인도 총선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모디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인도 건설기계시장 성장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투자가 지연되면서 현대건설기계 실적도 분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현대건설기계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521억 원, 영업이익 1578억 원을 거뒀다. 2018년보다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24.4% 줄었다. 

현대건설기계는 1~2월 인도시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등 초반 흐름이 좋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번 더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대건설기계의 또 다른 주요시장인 중국 건설기계시장은 2분기부터 회복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기계는 전체 매출의 22%를 중국에서, 10%를 인도에서 거두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월 누적 중국 굴삭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7% 감소했으나 3월에는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건설기계는 중국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기업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기계는 인도와 신흥시장 의존도 때문에 2분기 경쟁사보다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인도 공장이 15일 정상가동에 들어가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중국 공장은 현재 정상가동하고 있으며 시장 회복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