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수합병시장에서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들었다. 막대한 현금을 쥐고 ‘큰 것’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애플 인수합병 활발, 삼성전자 초격차 만들 매물 나오기 기다리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삼성전자가 인수합병 전략에서 대조적이다.

애플은 공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인수합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가상현실(VR) 스타트업 넥스트VR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규모는 1억 달러다.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엑스노어, 날씨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사 다크스카이, 음성인식 스타트업 보이시스를 인수한 데 이어 또다시 새로운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애플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사업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가상현실 기술을 확보하고 나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월 주주총회에서 애플이 2019년에만 14건의 기업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ai,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펙트럴엣지 등이 포함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거래는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9년 인수합병은 광학기술 스타트업 코어포토닉스와 인공지능 식품기술기업 푸디언트 2곳에 그쳤다. 2020년 들어서도 통신설계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스 인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애플이 인수합병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점을 놓고 볼 때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S20울트라의 100배 줌 기능에는 지난해 인수한 코어포토닉스의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초격차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에 실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2019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과 자산 등 보유현금액은 109조 원에 이른다.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2018년 말보다 보유현금액이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초대형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규모가 어느 정도 있고 시장에서 자리잡은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6년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거래액인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하만 인수 이후 4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로운 대형 인수합병에 나설 때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2019년 발표한 반도체비전2030은 시스템반도체 1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형 인수합병 없이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1위 도약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네덜란드 NXP,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분야의 미국 자일링스, 전력 반도체 분야의 독일 인피니온 등이 인수대상으로 거론된다.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선두업체인데 인수가 이뤄진다면 삼성전자는 단숨에 해당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시장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2019년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컸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사이 다수의 시스템반도체 제조사가 생산설비를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삼성전자의 ‘오너 리스크’는 대형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인수합병건이었던 2016년 하만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