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을 비롯해 생명보험사들이 4월 보험료를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 또 다시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금리시대에 들어서면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인데 보험료가 오르는 만큼 판매영업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제로금리시대에 삼성생명 선두로 생명보험사 보험료 인상 고육지책

▲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4월 예정이율 인하에 이어 하반기에도 예정이율이 낮아져 보험료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가량 오른다.

이에 앞서 1일 삼성생명은 주력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상품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했다. 

삼성생명 이외에도 한화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오렌지라이프, DGB생명, KB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등 주요 상품의 예정이율을 0.05~0.25%포인트 인하했다.

교보생명은 13일부터 예정이율을 낮춘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정이율 0.25%포인트 인하는 부족하다”며 “하반기에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정이율 인하를 통해 보험사들이 이미 줄줄이 보험료를 인상한 셈인데 다시 예정이율을 낮출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이번 예정이율 인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결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1.25%로 낮추면서 저금리흐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보험료 인상이 추진된 것이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현재의 0.75% 기준금리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예정이율 인하 가능성은 지난해 말부터 예상됐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예정이율 인하를 결정하고 이를 2월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수익률이 떨어져 채권 투자비중이 많은 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고객의 보험료를 자산으로 운용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채권 투자비중을 줄이고 위험이 큰 고수익 대체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악화했는데 제로금리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의 2019년 운용자산 이익률은 3.49%로 2018년보다 0.53%포인트 하락했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이 0.05%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 하락폭은 더욱 컸다. 

저금리환경이 지속되면 자산운용으로 버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는 이차역마진 문제도 떠오를 수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수익률도 하락하게 되는데 보험사는 과거에 판매했던 고금리상품에  계속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이차역마진 규모는 약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추정된다.

자산운용을 통해 이익을 내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보험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보험료가 잇달아 인상되면 새로운 계약을 늘리는 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V자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올해 하반기 추가로 예정이율 인하가 결정될 수 있다”며 “다만 보험료가 오르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