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호주 해양플랜트 발주 시작된다, 조선3사 가뭄에 단비 만나는 격

강용규 기자
2020-04-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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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회사인 셰브론(Chevron)이 호주 해양플랜트를 예정대로 발주한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계획들이 잇따라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셰브론의 해양플랜트를 향한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의 수주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셰브론 호주 해양플랜트 발주 시작된다, 조선3사 가뭄에 단비 만나는 격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셰브론이 호주에서 진행하는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플랫폼(Semi-Submersible Platform)의 발주절차를 차질 없이 밟고 있다.

해양자원개발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셰브론은 3월 말부터 이 설비의 입찰의향서(EOI)를 접수받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모두 수주를 노린다.

올해 발주될 것으로 여겨졌던 해양플랜트들이 잇따라 미뤄지거나 아예 계획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셰브론의 발주가 예정대로 나온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국제유가가 2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해양자원 개발계획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50달러선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호주 에너지회사 우드사이드가 진행하는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는 최종 투자결정(FID)이 2021년으로 연기됐다. 삼성중공업이 이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수주를 노리고 있었다.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에퀴노르(Equinor)는 캐나다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을 기약없이 연기했다. 삼성중공업의 컨소시엄과 대우조선해양의 컨소시엄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놓고 최종 수주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에퀴노르는 영국 로즈뱅크(Rosebank) 프로젝트의 경우 아예 신규설비 발주없이 기존 해양플랜트를 개조해 쓰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이 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처럼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투자심리가 얼어붙어가는 가운데 셰브론이 설비 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을 놓고 조선업계에서는 셰브론이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관련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주처의 설계 변경(체인지 오더) 요구가 잦다.

그러나 셰브론이 낮은 유가에서도 발주를 강행한다는 것은 이미 수익성에 대한 계산을 끝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번 반잠수식 플랫폼은 조선사 입장에서 설계 변경과 관련한 부담이 적은 설비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셰브론의 호주 해양플랜트는 질 좋은 일감이라는 뜻이다. 조선3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일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이 일감의 수주전에서 비교적 우위에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셰브론은 대우조선해양에 25년 동안 해양플랜트 14기를 발주한 단골 고객사다. 전체 발주규모가 16조 원에 이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 12월 수주한 미국 앵커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Semi-Submersible FPU) 선체(Hull)와 그 이전 최신 일감이었던 2014년의 원유 생산설비는 모두 셰브론이 발주한 설비다.

삼성중공업은 잔스아이오 프로젝트의 기초설계(FEED)를 담당한 스웨덴 EPC(일괄도급사업)회사 아커솔루션(Aker Solution)과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건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 블록B 프로젝트나 미얀마 슈웨3(Shwe3) 프로젝트에 비교적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블록B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 페트로비엣남이 과거 수익성 문제를 들어 2차례 발주를 연기한 전례가 있다.

현대중공업도 셰브론의 호주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변수는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수주전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셈코프마린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인근 나라들의 저렴한 인건비에 기반을 두고 한국 조선사들보다 10~20% 싼 비용으로 해양플랜트에 입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네덜란드 쉘(Shell)의 비토(Vito) 프로젝트, 에퀴노르(당시 스타토일)의 요한 카스트베리(Johan Castberg) 프로젝트 등에서 한국 조선사들과 경쟁해 설비 수주를 따낸 전력이 있다.

최근 싱가포르는 국부펀드 테마섹의 주도로 양대 조선사인 셈코프마린과 케펠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셈코프마린으로서는 합병 이후를 대비해 일감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 탓에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해양플랜트 발주계획들이 늘고 있어 발주가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잔스아이오 프로젝트에서 강점이 있다고는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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