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의 처벌을 놓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황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사건은 우리 국민들 분노를 자아내고 있으며 절대적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호기심에 (텔레그램) 방에 들어갔다가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n번방 호기심 가입자에게는 처벌에 개별적 판단 필요"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그는 “n번방 대표는 구속했지만 (이 사건) 관련자에 관해서는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가입자에 관한 개별 판단 필요’ 발언을 놓고 성범죄에 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상당한 노력을 투입해 n번방 가입한 자를 단순한 ‘호기심’ 차원으로 치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에 가입하려면 별도의 초대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유료방 회원은 최대 200만 원을 가상화폐로 지불해야 한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는)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님에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이냐”며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그 범죄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게 통합당 입장이냐”며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n번방 호기심 가입자에 관한)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적 얘기일 뿐”이라며 “n번방 사건의 26만 명 가해자 및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 잣대에도 해당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해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해 70여 명이 넘는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운영자 조주빈씨는 이를 통해 수십억 원의 불법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