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 분쟁 관련 중재를 앞두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고발하면서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가 주장하는 근거를 약화시키고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신창재, 교보생명 경영권 위해 재무적투자자에 공세 전환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1일 교보생명과 생명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공판이 9월 열려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는 교보생명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어피니티 등 재무적투자자는 풋옵션 가격으로 주당 40만9912원에 매입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 회장은 매입원가인 24만5천 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2012년 9월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어피니티 등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과 주주 사이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2015년 9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내용의 풋옵션이 담겼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미뤄지고 2018년 교보생명 이사회가 기업공개를 보류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은 풋옵션 행사를 요구했는데 신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공판일이 다가오는 만큼 신 회장으로선 중재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3일27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했다. 교보생명 측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을 지키지 않아 경영 안전성과 평판이 낮아지는 등 유·무형 영업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무적투자자에게 직접 칼 끝을 겨눈 것은 아니지만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고발함으로써 재무적투자자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 됐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진하고 국내에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미국 뉴욕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법원이 셧다운돼 소장 접수가 안되고 있다”며 “상황이 풀리면 바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절차에 들어가기 전 신 회장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재무적투자자 지분 제3자 매각 △기업공개 후 차액 보전 등 세 가지 협상안을 제시하거나 지난해 역대 최대의 결산배당을 결정하는 등 재무적투자자들을 달래려고 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와 개인적 계약에 따른 분쟁인 만큼 교보생명은 그동안 전면에 나서는 것을 자제했는데 교보생명이 딜로이트안진 고발의 주체가 되면서 풋옵션 분쟁에 한 발을 걸치게 됐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을 고발한 것과 신 회장의 풋옵션 분쟁 사이 연관성을 부정했지만 딜로이트안진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결국 풋옵션 가격을 다투는 중재에서 신 회장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주주 사이 중재에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게는 풋옵션 행사가격을 낮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풋옵션 분쟁 중재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어 향후 신 회장의 경영권은 물론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재무적투자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하라고 판정하면 신 회장은 2조 원에 이르는 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 회장이 쥐고 있는 지분 일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국제상업회의소가 내놓는 중재결과에 따라 재무적투자자들이 신 회장의 교보생명 보유지분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쥐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의 교보생명 경영권이 흔들릴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교보생명의 지분 36.91%를 보유하고 교보생명을 통해 14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교보생명 이외에 신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