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주행모습.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은 스스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대담하고 진보적이며 가장 한국적이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3세대 G80인 ‘디 올 뉴 G80’을 개발한 이들의 말이다.

출시 하루만에 2만2천여 대가 계약되는 ‘역대급 반응’으로 고급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 올 뉴 G80을 직접 타봤다.

◆ 역동적 우아함 느껴지는 외관, 스포티함 강조

3월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미디어 대상으로 제네시스 3세대 G80 시승행사가 열렸다.

디 올 뉴 G80의 내외관 이지미가 3월5일 제네시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우아함과 단순함, 첨단 기술이 결합한 가장 멋진 차’라는 해외언론의 호평을 받은 터라 새 G80에 대한 기대감이 시승 전부터 높았다.

실제로 마주한 새 G80의 외관은 ‘절제’와 ‘힘’이라는 단어로 정리됐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해 보일 수 있는 화려한 디자인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뒷바퀴굴림(후륜구동) 방식의 준대형 세단 특유의 역동적 주행성능을 표현하려는 제네시스의 의도가 엿보였다.

G80은 1월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과 디자인 궤를 같이 한다.

전면부는 날개를 양쪽으로 뻗은 제네시스 엠블럼을 그대로 형상화한 모습이다. 방패모양의 그릴을 뜻하는 ‘크레스트 그릴’이 오각형 모양으로 가운데 위치하며 좌우 양쪽으로는 ‘두 줄’로 디자인된 쿼드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제네시스는 1월 GV80 행사에서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놓고 “두 줄을 기억하십시오. 두 줄은 제네시스를 상징합니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러한 패밀리룩이 G80에도 그대로 옮겨졌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비즈니스포스트>

세단과 SUV라는 차이에서 나오는 높낮이 차이 탓에 범퍼 하단부의 디자인만 조금 다를 뿐 GV80과 디자인이 같은 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측면부와 후면부에도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두 줄’은 계속 이어진다. 앞문 쪽에 방향지시등이 표시되는 램프(사이드 리피터)가 두 줄 형태로 들어가 있으며 리어램프도 헤드램프와 동일하게 두 줄로 나뉘어져 있다.

뒷좌석부터 후면부로 이어지는 굴곡은 완만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을 준다.

루프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은 패스트백(자동차 뒤쪽 지붕에서 끝까지 경사가 완만하게 되어있는 자동차 차체 외형을 말함) 형태로 서서히 떨어진다. 덕분에 기존 G80보다 더욱 스포티한 느낌이 부각된다.

3세대 G80의 역동성은 후면부 트렁크 디자인을 옆에서 볼 때 더욱 강조된다.

언뜻 보면 8세대 쏘나타 느낌이 물씬 풍기는 G80의 트렁크 모양을 놓고 제네시스는 ‘말굽 형태로 둥글게 음각 처리한 표면’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디자인 특성은 준대형세단이 갖기 힘든 역동적 느낌을 부각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기존 2세대 G80보다 전장(차량 길이) 5mm, 전폭(차량 너비) 35mm가 늘어났으며 전고(차량 높이)가 15mm 낮아진 점도 디 올 뉴 G80의 스포티함을 강조하는데 기여한다.

이리 저리 살펴본 새 G80의 외관 디자인은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 우아함’을 잘 따랐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비즈니스포스트>

◆ 오너드리븐 차인데도 뒷좌석 고급스러워, 앞좌석에는 ‘여백의 미’ 담겨

디 올 뉴 G80의 내부 디자인 역시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던 GV80과 거의 닮았다.

실내 중앙부(센터페시아)를 살펴보면 바깥으로 튀어 나온 조작버튼은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다이얼 방식의 버튼밖에 없다.

주요 조작부(센터콘솔)에도 조그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만 위로 조금 나와 있을 뿐이다. GV80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제어기가 다이얼 방식으로 탑재돼 있었지만 새 G80에는 버튼 방식으로 간결해졌다.

공기청정모드와 열선시트, 통풍시트, 공조장치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은 모두 터치로 제어할 수 있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나 그 주변부에 위치한다.

바람 세기와 방향 등을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가 널찍한 데다 선명하기까지 하다 보니 심미적으로 만족스럽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에서 처음 선보인 뒤 GV80에서 전면적으로 확대했던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요소 ‘지-매트릭스(G-Matrix)’도 곳곳에 적용됐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지-매트릭스는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추었을 때 보이는 아름다운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제네시스만의 고유한 문양을 뜻한다고 한다.

제네시스는 지-매트릭스를 방향지시등 조작부와 와이퍼 조작부뿐 아니라 사이드미러 위치를 조절하는 버튼, 스티어링휠(운전대)에 위치한 볼륨 조절부, 시동 버튼 등 곳곳에 넣었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터치와 필기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러에도 지-매트릭스가 적용돼 있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부분의 아래쪽에는 리얼우드 내장재가 쓰여 고급 감성을 은은하게 높여준다.

제네시스는 디 올 뉴 G80의 뒷좌석에도 신경을 썼다.

오너드리븐(차량 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성격이 강한 준대형세단인데도 불구하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느끼는 감성이 G9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택사양(옵션)으로 ‘뒷좌석 듀얼 모니터’를 선택하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광시야각의 9.2인치 대화면 모니터가 적용된다. 좌우 독립적으로 사용 가능하며 뒷좌석 승객이 각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방해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동시트와 통풍시트를 적용했으며 각도 조절까지 가능해 장시간 탑승해도 편안한 승차감을 준다고 제네시스는 덧붙였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뒷좌석. <비즈니스포스트>

◆ ‘정숙성’이 최대 무기, ‘똑똑한’ 에르고 모션 시트는 운전자 피로감 덜어줘

시승은 서울 서초구의 더케이호텔에서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왕복 8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가솔린 3.5 터보 엔진에 모든 선택사양이 포함된 차량이 시승차량으로 제공됐다. 20인치 피렐리 타이어에 스퍼터링휠이 장착돼 있었으며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으로 굴러가는 차량이다.

디 올 뉴 G80에 장착된 가솔린 3.5 터보 엔진은 V6 트윈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80마력에 최대토크 54.0kgf·m의 성능을 보인다. 변속기로는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다.

G80 주행에서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얼마나 편안한지’와 ‘얼마나 조용한지’였다.

고급차라면 대중 완성차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넘어서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갖춰야 한다. 3세대 G80은 이러한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차라고 평가할 만 했다.

제네시스는 새 G80에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전방의 노면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적합한 서스펜션 제어로 탑승객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이는 GV80에 먼저 적용된 기능이다.

하지만 GV80에 적용됐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세팅이 다소 단단하게 느껴졌던 것과 다르게 G80에서는 부드러웠다. 세단의 감성을 살리기 위한 최적의 서스펜션 세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덕분에 시승하는 내내 편안한 주행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주행모습. <현대자동차>

승차감을 더욱 안락하게 해주는 요소는 ‘에르고 모션 시트’다.

제네시스의 설명에 따르면 에르고 모션 시트는 시트에 내장된 7개 공기주머니가 개별 제어를 통해 최적의 운전자세를 잡아주며 스트레칭 모드로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준다. 운전자가 선택한 주행모드나 차량 속도와 연동해 측면 지지력을 최적화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주행모드를 컴포트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변환하거나 고속주행을 하면 시트가 알아서 운전자 허리를 감싸줘 승차감 향상에 도움이 됐다.

노면의 상태 변화가 차량 내부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은 소음제어와도 연관된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적다 보니 내부가 매우 조용했다. 기본적으로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앞면과 1열과 2열 창문에 모두 적용되다 보니 속도를 150km 수준까지 올려도 풍절음(차량을 스치는 바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급가속할 때를 제외하면 엔진소리가 내부로 들어오는 느낌도 없었다. K7과 그랜저 등도 정숙함을 자랑하지만 이들과 비교해 훨씬 더 정숙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3세대 G80의 정숙성에 대해 “문 접합부(도어 실링) 구조를 개선해 풍절음(바람이 차량을 스치는 소리)을 줄였으며 신규 엔진룸 방음 패드와 공명음 저감 휠도 사용해 실내 정숙성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총 18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렉시콘사운드 시스템의 성능도 좋았다. 차량 곳곳에 내장된 스피커들에서 나오는 소리로 서라운드 효과가 가미된 풍부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주행성능은 나무랄 데 없다.

차량 경량화를 통해 이전 모델보다 125kg을 줄인 데다 가솔린 3.5 터보 엔진을 장착한 덕분인데 엔진출력을 1300rpm(엔진의 분당 회전수) 안쪽으로만 내도 원하는 속도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다. 변속 이질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승구간에 경사도가 높은 길이 없었던 탓에 언덕길에서의 주행성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평지에서 달릴 때의 느낌으로 미뤄볼 때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출발지점부터 기착지까지 11.2km/ℓ, 기착지부터 도착지점까지 10.2km/ℓ가 나왔다. 둘 다 시승차량의 복합연비인 8.4km/ℓ보다 높다.

갈 때는 에코모드로 90% 이상을 운행했고 올 때는 스포츠모드 40%, 컴포트모드 30%, 에코모드 30%를 번갈아가며 주행했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주행모습. <현대자동차>

◆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앞으로가 더욱 기대

3세대 G80에 적용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최근작인 GV80과 동일하다.

GV80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다시 작동해봤다. 이 기능은 길 안내시 실제 주행영상 위에 가상의 주행 안내선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이다.

차량 전방에 부착된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을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 위에 띄우고 최적의 주행 경로를 가상의 그래픽으로 표시해 운전자가 쉽고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내비게이션 테마 설정을 통해 화면 표시 모드를 증강현실 모드로 바꾸면 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앞유리를 통해 보이는 도로 모습이 내비게이션 화면에 그대로 표시된다. 화면을 보면 운전자가 달리고 있는 차선에 별도의 그래픽으로 주행 안내선이 나오고 경로를 바꿔야 할 때까지 가야할 거리 정보도 함께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출구로 나가야 하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별도의 그래픽이 주행 안내선 위에 따로 뜬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돼 기존 내비게이션 사용을 다소 불편하게 여겼던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다만 터널에 진입할 때는 증강현실 기능이 잠시 멈추고 일반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된다. 터널을 탈출하면 다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활성화한다.

실제로 운전자 시선이 위치하는 앞유리에 이러한 증강현실 기능이 구현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굽은 도로에서 안내선을 직선 모양으로 띄워주는 점은 운전자를 다소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요소로도 보였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활성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고속도로 주행보조Ⅱ(HDAⅡ) 기능도 사용해봤다.

고속도로 주행보조Ⅱ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지시등을 살짝 들어올리거나 내리면 센서가 좌우 상태를 인지해 차선을 자동으로 변경해주는 기술이다.

쭉 뻗은 차로에서 이를 작동해보니 실제로 방향지시등을 조작한 뒤 3~5초면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이동했다. 운전자가 스스로 차선을 바꾸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한 느낌도 있어 유용한 기능은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기술력만 따지면 꽤 괜찮았다.

다만 차로변경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평소 주행에서 이를 쉽게 사용하기는 어렵다.

G80 차량설명서를 보면 차료변경 보조기능의 실행조건은 △주행도로의 차로폭이 좁지 않을 때 △주행도로가 급커브 구간이 아닐 때 △개방형 톨게이트 구간을 주행하지 않을 때 △주행도로의 차로 수가 2차로 이상일 때 △보행자나 자전거가 출입할 수 없는 도로일 때 △교차로나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일 때 등이다.

다시 말해 3차로 이상인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쭉 뻗은 직선구간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 다소 미흡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개선될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에 편안한 주행

▲ 제네시스 '디 올 뉴 G80' 고속도로 주행보조Ⅱ(HDAⅡ) 모습.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표시된 차로변경 보조기능이 활성화해야 차로를 바꿀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