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실적 악화를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에 대응으로 만회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 절감정책으로 석탄발전이 감소하고 제주도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시작된 데 힘입어 천연가스의 수요가 늘면서 가스공사의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LNG 수요 증가에 코로나19로 악화한 실적개선 희망 걸어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가스공사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천연가스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2020년 1분기에 급락한 유가와 코로나19로 경기둔화와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하는 거시환경을 감안할 때 유가의 단기 급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 가스공사의 실적을 두고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석탄발전 감소에 따라 액화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이 늘며 2월 발전소 판매물량이 9.3% 늘어나 전체 판매물량이 2019년 2월보다 2.7% 늘어난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2월 천연가스 판매량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한 361만7천 톤으로 집계됐다고 16일 공시했다. 

통상적으로 동절기에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난방 수요가 감소해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판매량은 감소하게 된다. 2020년 2월 평균기온은 2.5도로 평년의 0.4도보다 2.1도 높았다.

하지만 정부의 탄소 절감정책에 힘입어 발전사들이 석탄연료를 통한 발전을 줄이고 감소한 물량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며 수요가 늘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최대 35%로 높이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2019년 6월 확정한 뒤 지속해서 석탄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비중을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가 제주도의 2만7천 가구에 3월25일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함으로써 2020년 2분기부터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제주도에 도시가스와 발전용 연료로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9년부터 제주도 애월항에 LNG기지를 설립해 천연가스 주배관망을 건설해 왔다. 그동안 제주도는 난방과 취사용 연료로 LPG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스공사는 제주도에서 주택과 사무실 등에서 쓰이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발전용으로 쓰이는 천연가스 공급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스공사는 2021년까지 남제주복합발전소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가스공사는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복합발전소과 한림복합발전소에 2019년 10월부터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제주지역 천연가스 수요는 2020년에는 약 22만 톤,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약 27만 톤에 이를 것으로 가스공사는 보고 있다. 

가스공사가 제주도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은 제주도 안의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기본 방침을 두고 있다.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자동차,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 없는 사회 기반을 구축하고 이어서 2단계로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없애 탄소 없는 섬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두 단계의 목표로 구성된다. 

천연가스는 탄소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데 중간 단계에 있는 연료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앞서 탄소 절감정책을 추진하면서 천연가스의 쓰임이 늘어나고 있다.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는 가스공사 블로그를 통해 “저탄소시대를 열기 위해서 청정-신재생전력의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80% 이상을 차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2040년대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천연가스가 본격 청정에너지시대로 가는 ‘중간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3월25일 제주도에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하며 “앞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한 천연가스 공급을 통해 제주도민의 보편적 에너지 복지 증진은 물론 제주도가 추진하는 친환경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과 연계해 친환경 미래사업 발굴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3월부터 가스공사가 제주도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함으로써 천연가스를 도입한 지 34년 만에 제주도를 끝으로 전국에 천연가스 공급하게 됐다"며 "제주지역에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함으로써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