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 주력 브랜드인 ‘빈폴’에 이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야심작이었던 SPA(제작·유통 일괄) 브랜드 ‘에잇세컨즈’ 실적개선 불씨를 살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7년 적자에서 벗어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거두며 실적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 숙제 '에잇세컨즈' 실적개선 불씨 살린다

▲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부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320억 원, 영업이익 320억 원을 냈다. 매출은 2018년보다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8.0%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1%대에 머무르며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뒤 사실상 5년째 외형성장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영업이익률은 떨어졌다.

주력 브랜드인 빈폴과 이서현 이사장이 2012년부터 준비해 야심차게 내놓은 에잇세컨즈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부분은 2020년까지 에잇세컨즈를 해외 매출 10조 원을 거두는 아시아 3대 SPA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었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면서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6년 중국 진출을 위해 에잇세컨즈 상하이와 상하이 트레이딩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해외영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과 겹치면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박 부문장은 에잇세컨즈의 주요 대상고객을 10~20대 등 밀레니얼세대로 잡고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채널을 강화하면서 에잇세컨즈 매출 반등에 힘쓰고 있다.

재단장에 필요한 비용이 당분간 필요하지만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재단장 효과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을 겨냥해 매주 새로운 신상품을 출시하고 일반일 모델을 써 눈길을 사로잡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 부문장은 지난해 10월 빈폴을 재단장을 한 데 이어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할 주력 브랜드들에게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빈폴 론칭 30주년을 맡아 브랜드 재단장을 하고 올해 3월부터 빈폴의 새 상품라인 ‘890311’ 판매를 시작하면서 빈폴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제익모직에서 일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정구호 디자이너와 6년 만에 협업한 브랜드 재단장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구호 플러스’, ‘엠비오’ 등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패션 브랜드 재단장 효과는 2~3년여 뒤에 나타나는 만큼 당분간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기가 위축되면서 브랜드 재단장 효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