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가운데 어느 당이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제3당에 오를까?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사실상 원내 제3당의 지위는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가운데 한 곳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비례대표에 사활 건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원내 3당 경쟁 치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와 손혜원 열린민주당 의원(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9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4·15 총선이 2주가량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의석 수 확보를 위해 정당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모두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정의당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세웠다. 

정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2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명을 배출해 비례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의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그만큼 높았다.

그러나 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자 원내 제1당을 내주지 않기 위해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었고 정의당에 참여를 요청했다.

정의당은 위성정당을 도입해 의석 수를 더 확보하려는 민주당과 통합당 두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정치적 꼼수'를 거부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취지를 지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정의당의 최근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23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3.7%로 집계돼 2018년 4월의 3.9%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에서도 좀처럼 반등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정의당의 진보 비례연합정당 참여 거부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정당투표는 정의당’이라는 공식이 깨져 분할투표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총선 결과를 보면 정의당은 거대 양당 견제심리에 힘입어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인 측면이 있었다. 지역구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찍더라도 정당은 정의당을 선택하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23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3.7%로 집계됐지만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6%의 응답을 받은 점도 정의당을 향한 유권자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으로 꼽히는 더불어시민당과 친여권 성향의 열린민주당이 각각의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돕겠다며 범진보 진영 지지층의 표심에 호소함에 따라 기존 정의당으로 향했던 비례대표 표심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분산되고 있다.

알앤써치가 25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 지지도에서 더불어시민당은 26.9%, 열린민주당은 12.6%로 나타났다.  

이런 지형 변화 속에서도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범민주진영이 50% 이상 정당 득표를 하리라고 보는데 지금은 민주당 40, 정의당 10 정도가 된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투표를 해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민주당 총선 기상도는 화창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은 애초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축인 정당으로 두 사람의 열성지지자에게만 기댄 정당으로 비하됐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명단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친문재인 인사들을 상위 순번에 올리고 ‘문재인 정권 수호’ 등 선명성을 내세워 친 여권 성향 지지층을 빨아들이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비례대표정당 가운데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이은 비례대표정당 3위 자리를 다지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이런 당 지지도 상승을 바탕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소 12석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열린민주당은 언제나 부모(더불어민주당)를 부양할 마음가짐이 있는 효자”라며 “이번 총선에서 (비례의원 정당투표) 25%를 득표해 최소 12석을 예상하고 있지만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1인 플레이’에 기대고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민의당은 처음에 ‘안철수신당’을 당이름으로 삼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안 대표에게 기댄 국민의당의 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정당으로 되기 위해서는 안 대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지역별 대표주자 등이 버티고 있고 통합당에도 황교안 대표 외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정치인이 있지만 국민의당은 안 대표 외에 내세울 만한 정치인이 없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정책이나 정치적 사안보다 안 대표 개인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안 대표가 1일 대구에 내려가 코로나19 의료봉사활동을 펼치자 안 대표 개인의 지지도가 올랐고 이는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민의당은 각종 여론조사의 당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물론 정의당에도 미치지 못 했었지만 안 대표의 대구 코로나19 의료봉사활동 시작된 직후인 3월1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4.6%의 지지를 받아 정의당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안 대표의 '코로나19 특수'가 선거에서 국민의당의 득표로 오롯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지난 총선과 달리 기존 호남과 진보진영,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점을 고려해 오로지 중도층 표심에만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당구도가 강할 것으로 보여 군소후보로 전락한 안 대표의 중도표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게다가 안 대표는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경제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로 위축하는 경제상황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100조 원에 이르는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중도층을 파고드는 의제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민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명단에 안 대표가 가까운 인사들이 상위 순번으로 배치되면서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비례의원 명단에 최연숙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 간호부원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최고위원 겸 사무총장, 권은희 의원(순서대로 1번부터 3번)을 상위 순번에 올렸다. 

정의당 지지율 및 비례정당 투표와 관련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YTN 의뢰로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조사대상인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4만3347명 2507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을 5.8%,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다.

알앤써치 여론조사는 데일리안 의뢰로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조사대상인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가운데 1008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10.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국민의당 지지율과 관련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TBS의 의뢰로 2일부터 4일까지 실시됐다. 조사대상인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만9935명 가운데 5.1%인 1516명이 응답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다.

여론조사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