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조원태 한진그룹 '승계 정통성' 확보, 갚아야 할 빚도 많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한진그룹 임직원과 주주 등 내·외부 지지를 바탕으로 경영권을 지켜내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을 손에 쥐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해준 많은 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야하는 부담도 안았다.

27일 한진칼 주총 결과 한진칼 이사회 11명 전원이 조원태 회장측이 추천한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조원태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연합(주주연합)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주총에서의 승리는 조 회장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연합을 제외한 한진칼 주요 주주들로부터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승계자로 인정받으며 사실상 ‘대관식’을 치른 셈이다.

조원태 회장은 조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갑자기 사망한 뒤 급하게 회장에 오르면서 지분과 경영능력 모두에 의문부호가 달려있었다.

기존에 지분 승계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이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상속비율대로 나눠받으면서 조원태 회장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율은 6.52%에 불과하다.

조원태 회장이 조 전 회장이 사망한지 8일 만에 회장에 오르면서 단순히 오너일가의 장남이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채 10대 그룹 총수에 올랐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런 요인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조원태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히려 내부결속을 다지고 외부의 우호지분을 확인하면서 영향력이 더욱 굳건해졌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 등 갈등설이 돌기도 했던 가족의 지지를 얻어낸 데다 조 전 회장 때부터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델타항공도 대를 이어 조원태 회장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더해 한진그룹 임직원과 GS그룹, 카카오 등이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으며 특히 지난해 3월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던 국민연금도 올해는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경영진의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경영능력을 향한 의구심도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주주연합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유휴자산 매각 문제도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및 사업개편을 실시하면서 소액주주 표심까지 잡아냈다.

특히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진그룹 안팎이 뭉치면서 조원태 회장의 승계 정당성이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상대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다른 기관투자자 및 대다수 주주들을 설득해내지 못하면서 외연을 확장하지 못했다는 점이 패착이 됐다.

다만 조원태 회장이 그의 그릇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담아냈다는 점은 그만큼 이들의 요구도 직접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주연합이 이번 주총 이후에도 꾸준히 외부에서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도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선 이번에 힘을 실어준 우군들을 계속 곁에 둬야한다.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주주들이 한진그룹 오너일가, 델타항공, 노조, 일반주주, 국민연금,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다양한 만큼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관련 이익배분 협상에서 델타항공과 노조, 국민연금 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언제든 기존 우군들의 이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조원태 회장이 당장 한진칼 지분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만큼 우군의 이탈은 겨우 잡은 ‘승기’를 다시 주주연합에게 내주게 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의 연합, 국민연금의 조원태 회장 연임 찬성 등에서 보듯 이해관계에 따라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코로나19 등으로 항공업계가 심각한 업황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내고 그에 따른 과실을 적절하게 각 주주들에게 돌려줘야하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지켜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더욱 험난한 길이 남아있다”며 “경영능력뿐 아니라 그룹 총수로서 여러 이해관계자를 안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