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과 에이치엘비가 코로나19 백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신라젠 에이치엘비 코로나19로 새 기회 찾아, 백신 개발 가능할까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실패를 만회할 카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꺼내들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16일 펙사벡의 임상실패 뒤 처음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핵산을 분양받아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며 “미국 군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논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의 발표 뒤 신라젠 주가는 27일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문 대표는 과거 천연두 백신에 쓰이던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활용해 코로나119 백신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라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유전자 재조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을 개발하고 있다.

문 대표는 신라젠이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경과 생산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면 항체가 더 잘 생기고 돌연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미 200년 동안 수백만 명에게 접종해 천연두를 박멸시킨 만큼 이미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립돼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도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19 백신 임상1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엘비의 미국 자회사 이뮤노믹이 면역백신 플랫폼 기술인 ‘UNITE’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 UNITE는 특정 항원의 면역을 활성화하는 기술인데  중증급성호흡증후군(사스)에 효능이 있음이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UNITE는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며 “사스의 변종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신약 1개도 상용화하지 못한 신라젠과 에이치엘비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신라젠은 지난해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3상을 중단했고 에이치엘비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두 회사는 모두 항암제 개발에 집중해온 바이오기업으로 백신 개발경험은 전무하다.

게다가 신라젠과 에이치엘비는 아직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는 단계로 대규모 임상이 필요한 백신 임상의 특성상 상용화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 백신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고 사스도 백신 개발의 진척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젠 에이치엘비 코로나19로 새 기회 찾아, 백신 개발 가능할까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홍성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연 토론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연구 착수단계이고 언제 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18개월 뒤에 나온다고 해도 기업들이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생각보다 작아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신라젠과 에이치엘비가 성공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현재 신라젠과 에이치엘비는 모두 주가부양이 절실하다.

신라젠은 임상 실패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10월 1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P) 자금을 투자자에게 조기상환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이치엘비도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이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 수많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최근 많은 기업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했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는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전례 없는 경쟁으로 최소 44개 백신 후보가 발굴됐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첫 번째 백신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일지,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백신이 제일 먼저 사용될지 알 수 없다”며 “기업들의 단편적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