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협력기업에서 요구하는 공장 가동률 높이기와 관련한 노동시간 연장을 놓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27일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현장에서 노동시간 연장을 놓고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누차 밝혔듯이 지부는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공장가동률 높이기와 노동시간 연장 요구는 신중히 접근"

▲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위기 상황에서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지만 협력기업들의 사정은 심각하다는데 공감했다.

중국 부품공장 가동중단으로 현대차가 공장을 멈춰 세웠을 때 협력기업들은 계속 공장을 가동했고 이에 따라 부품 재고량이 급증했다.

현대차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협력기업들이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노조는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는) 2차, 3차 부품협력기업들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협력기업들의 현대차 노동시간 연장 요구에 대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협력기업 38곳 대표들은 22일 현대차 노사 양측에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전달했다.

협력기업 대표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8만 대의 납품 손실분은 협력기업들의 경영에 매우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완성차기업의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며 “완성차기업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협력기업의 가동률도 함께 올라가 경영상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협력기업 대표들의 탄원을 놓고 25일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주52시간 초과 특별연장근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근무 연장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주52시간 근무제도를 얻어내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했는데 이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3일에도 전직 노조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통해 자문을 구했으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장시간의 노동 철폐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해왔던 투쟁의 역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분명한 것은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노동시간 연장이 악용될 소지가 없는지 철저하게 따져볼 생각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