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들을 위해 항만시설 이용료와 임대료를 일정기간 인하한다는 결정을 내놓았지만 입점기업들은 한시적 인하가 아닌 지속적 인하를 요구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최준욱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실적 악화를 보이고 있는 인천항만공사를 맡은 상황에서 입점기업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임대료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만공사, 물류업계의 거센 임대료 인하 요구에 응답할까

▲ 최준욱 인천항만공사 사장.


최준욱 사장은 17일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25일 항만물류업계에 따르면 인천항만공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 분담을 위해 결정한 지원책을 두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천물류창고협회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가 내놓은 대응책은 일시적 방안에 불과하다”며 “인천항만공사에 일시적 임대료 인하가 아닌 지속적 임대료 감면방안을 세워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지만 인천항만공사는 코로나19에 대응해 항만시설사용료를 6개월 동안 할인해준다는 임시 방안만 내놨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1월28일 이후로 여객운송을 전면 중단했다. 

이와 함께 한중여객 카페리 선사와 국제여객터미널 상업시설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항만시설사용료와 임대료를 여객운행 재개시점까지는 전액, 여객 운행이 재개된 뒤에도 코로나19 감염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60%를 할인해준다는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또 연안여객터미널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임대료의 50%를 감면하고 6개월 동안 항만이용기업 등을 대상으로 항만시설사용료의 50%를 할인해준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임대료 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시설이용료가 다른 항구보다 비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물류창고협회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시설 이용료나 물류창고 임대료는 부산이나 광양, 평택 등 다른 항만보다 3배에서 5배 정도 비싸다”며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가 임대료를 높게 받으니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천지역의 물류창고 임대료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고 있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최승원 인천물류창고협회 회장은 23일 인천본부세관 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지역 수출·물류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같은 대한민국인데 인천항에서만 항만시설이용료를 3~5배나 비싸게 받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번 이야기했는데도 바뀐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시설 이용료와 임대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천이라는 위치적 특성으로 다른 지역의 항만보다 애초에 땅값이 비쌌기 때문에 처음 부지를 조성할 때 많은 비용이 들어 원가를 산정하는 것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무역항 등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항만건물과 항만부지의 사용료는 개별공시지가를 근거로 산정된다. 

또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는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50% 가량의 지원을 받아 부지를 매입하는 다른 지역의 항만공사와 달리 지원 비중이 그 절반인 25%밖에 되지 않아 초기에 인천항만공사가 부담해야하는 금액이 커 다른 지역의 항만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만물류업계는 이를 감안하고도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시설 이용료와 임대료는 과하게 비싸다고 보고 있다. 

인천연구원은 인천항의 항만배후단지의 비싼 임대료가 항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보고서를 24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날로 악화하고 있는 인천항만공사 실적을 감안할 때 최준욱 사장이 항만이용료와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항만공사는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777억7400만 원, 영업이익 238억6500만 원, 순이익 191억5천만 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3%, 순이익은 22.66%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해마다 늘어 2014년 28.42%였던 인천항만공사의 부채비율은 2019년 6월에 45.96%까지 올랐다. 

인천항만공사는 2009년에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항만물류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년 동안 임대료를 10~15% 인하하기도 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아임물류1단지 임대업체를 대상으로 임대료 24% 인하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가 독단적으로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한 것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를 근거로 임대료를 산정한 것"이라며 "다른 지역의 항만들과는 애초에 사업 시작부터 비용이 다르게 들어갔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금액만 두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