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더라도 경영권 유지를 놓고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 주주연합 한진칼 주식 계속 사들여, 조원태 맞대응 쉽지 않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5일 한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원태 회장은 추가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여력이 부족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불리한 국면에 놓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주주연합은 최근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장기전을 공식화하며 공격적 지분매입에 나서고 있다. 

주주연합은 24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는 물론 그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27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주연합은 24일 KCGI 산하 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주식 3만5천 주를 장내 매수했다. 

반도건설의 자회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도 19일부터 24일까지 각각 31만9천 주와 83만5천 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3월25일 기준으로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KCGI가 18.75%, 반도그룹이 16.9%를 쥐고 있다. 모두 42.13%를 확보한 셈이다.

반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은 3월9일 델타항공이 0.92%를 추가로 매수한 이후 정체된 상태로 41.15%에 멈춰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한진칼 지분을 전혀 늘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는 각각 600억 원 상당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그동안 델타항공 등 외부의 우호세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항공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이 더 이상 델타항공에 의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델타항공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델타항공은 21일 기준으로 하루 손실 5천 만 달러를 보면서 26억 달러의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창립후 가장 큰 경제적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2분기 수익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더라도 글로벌 항공사의 수요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가장 큰 우군인 델타항공의 지원사격을 받기 어려워진 조원태 회장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카카오가 최근 한진칼 지분의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조원태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율은 1.5%~2% 사이로 알려졌으나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해 1%대를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도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는 발을 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사정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 국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위기경영의 성과를 보여줘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조원태 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서 델타항공 등 외부세력의 지원에 의존해 왔지만 이같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경영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