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실적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들이 나온다.
 
[오늘Who]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가 저점, 정의선은 계속 사들일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저점매수를 통해 향후 추진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4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2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190억 원어치 사들인 것은 현대차그룹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수석부회장으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 취득 배경은 각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고 판단한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기소비재 대표업종인 자동차산업의 주가가 코스피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의 지분 매입은 경영상황에 대한 책임 확대를 의미한다”고 바라봤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량적 실적 전망이 무의미할 정도로 공포국면에 접어든 두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를 회복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에 치중돼 있던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그룹 전반에 퍼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은 전혀 없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지분 매입으로) 그룹의 전용 부품기업으로 독립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봤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동시에 올랐다. 올해는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승계했다.

그룹의 오너경영인으로서 그동안 보여왔던 현대차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현금을 풀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있고 앞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도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펀더멘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여러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30~40%가량 하향조정했다. 

적정주가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지표인 주당 순자산가치비율(PBR) 기준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0.28배, 0.37배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을 시작으로 아반떼와 G80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 등 신차를 줄줄이 투입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증권사 연구원들 사이에 많다.

현재 상황만 보면 다소 부진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만 진정되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정 수석부회장을 주식 매입에 나서게 한 요인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23일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을 놓고 “금융과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이라며 “정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의 주식매입 활동이 미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석들과 별개로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 매입을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의미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으로 추진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얼마만큼의 지배력을 확보하느냐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23.29%를 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거나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정 수석부회장에게 분명 기회였을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23일 기준으로 약 11년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주가가 반토막났는데 오히려 현재 상황을 ‘저가매수’의 적기로 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준성 연구원도 “단기간에 급격하게 주가가 조정된 현재 상황에서 일부 지분 매입을 통해 갑작스럽게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된다는 가정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지배구조 개편의 기본적 프레임은 제한적 자금에서 최대한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매입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어느 쪽으로든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다가 이제야 적극적 태도로 돌아섰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5년 9월까지만 해도 현대차 주식을 6천여 주만 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현대중공업그룹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해 들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면서 비로소 현대차 지분율을 대거 늘렸다.

이후 약 4년여 만에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을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지분활용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읽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23일까지만 해도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들고 있지 않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3일 모두 190억 원을 들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13만9천 주, 7만2552주 장내에서 매수한데 이어 24일에도 모두 90억 원을 투입해 두 회사 지분을 추가로 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