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물동량 위축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수주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으나 줄어든 물동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선박 발주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 코로나19로 물동량 위축해 중형 운반선 발주 줄까 촉각

▲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저유가가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MR탱커의 발주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R탱커는 5만 DWT(순수 화물적재톤수)급 안팎인 액체화물운반선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정유제품운반선(프로덕트탱커)과 화학제품운반선(케미칼탱커) 등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이 체급의 선박으로 건조된다.

유가가 낮아지면 원유를 싸게 확보하기 위한 수요가 먼저 늘고 이는 정유제품의 공급 증가로 이어진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요도 화물 운송용뿐만 아니라 화물 저장용으로까지 확대된다.

이에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운임이 높아져 선주사들의 선박 발주심리를 자극한다.

2014년 말 국제유가가 90달러에서 50달러까지 급락하면서 2015년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운임이 급등했었다. 이 시기 현대미포조선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주 선박 수가 2014년 18척에서 2015년 31척으로 늘었다.

최근 저유가라는 상황만 놓고 본다면 현대미포조선은 과거와 같은 수혜를 한 번 더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유가 급락은 선박 발주로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박 발주는 줄고 있어 현대미포조선은 3월 들어 선박을 1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선주사들도 선박 운임의 변동추이를 지켜볼 뿐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를 1월 3%에서 2월 2.8%로 낮췄다.

이 전망치 하향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수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기 전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자료를 토대로 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이 길어질수록 올해 물동량 증가 전망치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미포조선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물동량 감소의 악영향이 길게 이어진다면 저유가에 따른 수주 특수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수주잔고가 적다는 부담을 안고 있어 더 많은 선박의 수주가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현대미포조선은 매출 기준 수주잔고를 32억1400만 달러치 보유하고 있다. 2019년 매출 대비 수주잔고의 비율은 1.34배인데 이는 현대미포조선이 1.34년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사의 안정적 조업을 담보하는 기준이 2년치 수주잔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고는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대미포조선처럼 중형선박을 건조하는 중형조선사에 수주잔고가 적다는 점은 대형조선사의 경우와 비교하면 위험도가 더욱 큰 것으로 여겨진다.

중형선박은 대형선박보다 건조에 드는 시간이 짧으며 이는 수주잔고의 실제 지속기간(백로그)도 짧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마무리되면 물동량이 다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렇다 해도 선박 발주가 빠르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브라질에서 일어난 댐 붕괴사고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세계 최대의 광산회사인 브라질 발레(Vale)에서 댐 붕괴사고가 일어나 철광석 수출이 급감하자 일반화물선(벌커) 운임이 하락하고 선박 발주도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발레의 철광석 수출량은 다시 평년 수준을 회복했으나 2019년 일반화물선 발주량은 결국 2018년의 절반에 그쳤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언제 진정세를 보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동량 위축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며 “다만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이 단기에 그친다 하더라도 상반기 선박 발주의 정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이 저유가에 따른 수혜는커녕 오히려 수주가 줄어드는 피해를 볼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