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는 보편적 복지인 동시에 소득 불균형,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인구 고령화 등의 다가오는 변화가 모두 겹치며 발생할 심각한 경제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이다."

이원재 시대전환 대표는 2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성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 시대전환 대표 이원재 "국민 기본소득 감당할 재원 가능하다"

▲ 이원재 시대전환 대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응해 정부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피해계층에게 재난 기본소득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더불어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향후 일자리 문제 등 경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기본소득제 시행을 위한 재원을 놓고서는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주로 고소득계층의 세금을 늘려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구경북 소상공인에 재난 기본소득으로 1인당 6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 왜 필요한가.

"재난 기본소득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필요하다. 코로나19사태는 건강재난과 경제재난을 낳았다.

경제재난은 한시적이고 급격한 소득의 감소로 나타난다. 이를 메워주는 재난 기본소득이 필요하며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 시급하다."

- 재난 기본소득을 계기로 기본소득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기본소득제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제란 모든 사람에게, 평생 정기적으로, 조건 없이,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보편적 복지제도로 볼 수 있다.

시대전환에서 제안하는 기본소득제는 국민 기본소득제다. 재난 기본소득제와 국민 기본소득제 둘 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재난 기본소득은 국민 기본소득제와 차이가 있다. 

재난 기본소득제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국민 기본소득제는 평생 매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 국내 기본소득제 도입이 꼭 필요한가.

"재난 기본소득제를 시작으로 기본소득제  논의가 활발해지는 이유는 가까운 미래에 일자리 변화, 고령화, 산업의 변화로 겪게 될 사회 전체의 경제재난과 불안이 코로나19 사태에 겪은 경제재난과 불안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지형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할 때 국민 기본소득제는 보편적 복지인 동시에 소득 불균형,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인구 고령화 등의 다가오는 변화가 모두 겹치며 발생할 심각한 경제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불균형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소득 상위 10%가 국민 총소득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상위 1%로 갈수록 소득 점유율이 급격하게 높아져 소득 불균형이 심한 미국보다도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 

이에 더해 기술 발전과 자동화로 이미 많은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안정적 일자리 수는 더욱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대다수 국민의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심각한 경제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보편적 복지인 동시에 소득 불균형,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인구 고령화 등의 다가오는 변화가 모두 겹치며 발생할 심각한 경제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 국가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여건상 재난 기본소득조차 도입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기본소득제 도입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 

"재난 기본소득과 국민 기본소득제의 재원 마련방안은 전혀 다르다. 

국민 기본소득제는 우리나라 인구 데이터와 재정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고 주로 고소득계층의 세금을 늘려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며 이에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번째로 공정한 과세를 통해 필요한 예산의 45%를 마련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 기부금 등 일부를 제외한 연말정산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제도를 없앰으로써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지급받은 기본소득에 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 소득에 관한 누진 과세가 더 강화되도록 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단순하고 알기 쉽도록 복지제도를 정비해 기본소득 재원의 26%를 마련할 수 있다. 

구직촉진수당, 근로장려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같은 생계보장을 위한 수당들은 과감하게 정리해 기본소득 하나로 통합한다. 다만 기초생활 보장제도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와 장애인연금 등 특수한 목적으로 지급되는 취약계층 대상 복지제도는 유지한다.

세번째로 현재 30조 원 이상 쌓여있는 순세계잉여금(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금액을 뺀 나머지)과 비효율적으로 방치된 수많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기금들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해 남은 29%를 마련할 수 있다."

-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해외에서 도입된 사례도 있나.

"스위스와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알래스카, 핀란드 등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정책 제안 및 정책 실험을 진행했다.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알래스카 주민에게 석유나 천연자원 판매금을 활용해 나온 수익금의 일부를 배당 형식으로 지급했다. 연도별로 액수가 다르지만 수급자격에 특별한 조건이 없으며 선별절차 없이 일정한 금액을 현금으로 준다는 점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원형에 가까운 기본소득제라고 평가된다. 

알래스카 기본소득 실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기본소득 도입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근로형태에 따라 이질적이며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전체 근로소득의 변화는 없었다. 소득에 따른 누진적 과세를 통한 증세가 바탕이 될 때 최저소득 보장에 비해 기본소득제도가 소득 불평등을 보다 크게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월23일 창당한 시대전환의 총선 1호 공약으로 국민 기본소득제를 내놨는데 뼈대는 무엇인가.

"시대전환이 제안하는 국민 기본소득제의 뼈대는 바닥에 월 30만 월(2028년 월 65만 원)이라는 쿠션을 깔고 시작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의 시작이다. 기본소득을 도입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안정과 혁신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새로운 시장경제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소득에 관한) 불안이 줄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면 창업과 혁신이 활성화 되고 혁신기업의 경제적 과실이 다시 기본소득의 재원이 될 수 있는 소득증가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국민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서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버는 것은 여전히 미덕이지만 노동으로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통해 국회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해 어떤 계획을 준비하고 있나.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데 향후 8년 동안의 계획을 세웠다.

우선 2021년에 기본소득으로 월 30만 원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사람에게 조건없이 지급하고 2028년까지 기본소득 월 65만 원 제공을 목표로 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면 시행 전 2년 동안의 정책 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공론화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시대전환은 제21대 4.15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해 입법을 통해 국민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겠다."

시대전환은 이원재 대표와 조정훈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장이 함께 창당한 정당으로 2020년 2월2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3월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완료했다. 4·15 총선 비례대표용 범여권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72년 태어나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 출신으로 2007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지냈다. 

2012년 안철수 대통령후보선거대책위원회 정책기획실장을 거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 2017년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8년 기본소득제 등 분배시스템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LAB2050을 설립했으며 2020년 2월부터 시대전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