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시행하는 기본소득제 논의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국에 소환한 '기본소득제', 다음 대선에서 핵심쟁점 되나

▲ 이재명 경기도지사.


22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에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먼저 나타난 재난 기본소득 도입 움직임이 이번 총선을 넘어 다음 대선에서 상시적 기본소득 논의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번 코로나19 대응국면에서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을 경쟁적으로 공론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제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지사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다.

재난 기본소득에서 나아가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19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도 기본소득제 구상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당시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으나 코로나19로 민생경제의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다시 이 제도를 공론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목소리는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천지를 향한 강력대응’과 함께 최근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는 시선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역시 여권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지사도 모든 국민 1인당 100만 원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른 잠재적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으로 대상을 한정해 재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 움직임을 계기로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기본소득제는 저성장기조가 이어지고 기술 발달에 따른 산업 자동화 등의 요인으로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소득 감소와 고용률 저하를 극복할 방안으로 거론된다.

대권주자급 지자체장 외에도 올해 총선에서 기본소득제를 주요 정강으로 제시하는 원외정당인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며 기본소득제도가 정치권에서 공론화할 여지가 넓어졌다.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국민 기본소득 제도‘는 보편적 복지인 동시에 소득 불균형,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해소, 인구 고령화 등이 일으킬 경제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이라며 “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이미 몇몇 지자체들이 기본소득제의 시험단계인 일시적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들이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제를 꺼내 든 전라북도 전주시를 비롯해 서울시와 강원도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체크카드나 모바일 상품권 등을 재난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

제주도 등 다른 지자체들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과 정부에서도 재난 기본소득제부터 검토해보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애초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재난 기본소득제 주장에 거리를 뒀지만 코로나19의 피해가 장기화하는 조짐이 나타나며 재난 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지자체가 앞서서 진행하는 재난 기본소득제는 중앙정부가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범 과정으로 의미가 있다”며 “추경으로 지자체에 보`전해드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건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즉답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전주 등의 사례에 공감을 표시하며 추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난 기본소득제가 ‘총선용 현금살포’를 위한 포퓰리즘이라며 재난 기본소득보다 감세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 이견도 많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에서 재난 기본소득 명목의 현금을 지원하면 총선에서 여당 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각 지역구 선거를 치러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민들을 지원하는 제도에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갑 지역구에 출마하는 윤영석 통합당 의원은 19일 양산시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긴급 재난소득 지급을 협의했다. 경기 화성시의회의 통합당 시의원들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화성시장에게 요청했다.

해외에서도 재난 기본소득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온 국민에게 1천 달러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호주와 싱가포르 등도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본소득제의 시행 방법과 관련한 논의도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쟁점으로 꼽히는 '선별적 방식'와 '보편적 방식'를 선택하는 문제가 재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서부터 쟁점이 되고 있다.

선별적 기본소득제는 전 국민이 아닌 자영업자나 하위 소득계층 등 재난에 더 취약한 계층을 위주로 선별해 기본소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선별적 기본소득제를 주장하는 쪽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재원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재난 기본소득제도는 대체로 선별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모든 국민에게 소득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지사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놓고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사람만 혜택을 주면 재원 부담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로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