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주가가 1천 원 밑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동전주'의 굴욕을 겪고 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와 싸워야 한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동전주' 굴욕, 여승주 강성수 실적회복 다급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0일 한화생명의 주가는 95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41원 올랐지만 18일 1천 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3일째 900원 대에 머물렀다.

주가가 1천 원 미만인 주식을 뜻하는 ‘동전주’로 전락했다.  

한화생명의 시가총액도 2018년 1월 6조5천억여 원에서 8천억여 원까지 낮아지면서 2년여 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화생명은 자산규모가 121조 원이 넘는 생명보험업계 2위의 대기업이다.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사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여승주 사장으로선 한화생명의 급격한 가치하락이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한화손해보험도 주가도 액면가 5천 원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상수 사장이 취임한 19일 한화손해보험 주가는 96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시 전반이 급락한 상황이긴 했지만 10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보통주권의 종가가 액면가액의 100분의 20 미만인 상태가 거래일 기준 30일 동안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만 30일 동안의 평균 시가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은 예외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에도 90일 안에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한화생명은 시가총액이 5천억 원이 넘지만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이 낮아지는 등 실적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가총액이 5천억 밑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영업손실 1394억 원을 냈다. 2017년 별도기준 순이익 5254억 원을 정점으로 2018년 3592억 원, 2019년 1146억 원을 내며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승주 사장은 직원들로부터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저금리환경이 지속되면 실적 개선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한화생명이 2014년 이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하면 여 사장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손해보험은 시가총액이 1200억 원가량으로 주가가 1천 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가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이 2018년보다 1500억 원이나 줄었다. 손해보험업황이 올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여건을 감안하면 주가방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성수 사장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해율 관리에 집중하고 포트폴리오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해보험은 실적 악화로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의 경영관리대상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실손의료보험료 인상률을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데다 보험업계가 금리인하에 직격탄을 맞는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여 사장과 강 사장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에 맞춰 한국의 기준금리를 0.75%까지 내리자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중소보험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가하락을 막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승주 사장을 비롯해 한화생명 임원들은 올해 들어 한화생명의 주식 22만여 주를 매입했다. 한화손해보험 임원들도 10만여 주를 사들였다.

더욱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무디스는 16일 한화생명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를 놓고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 약화 및 자본 적정성 압박에 따른 신용도 약화를 고려한 것”이라며 “경제성장 둔화, 저금리 장기화, 하방 리스크를 가중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 하락 검토 역시 같은 취지였는데 여기에 한화손해보험의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신용등급 하락 검토도 반영됐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외부적 요인이 없는 이상 보험업의 실적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