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증시 폭락에 대응해 ‘안전판’ 역할을 확대할까?

19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국내 주식 매수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매수 나섰나, 코로나19 증시 폭락에 ‘안전판’ 역할 주목

▲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3월2~19일에서 나흘(2일, 3일, 11일, 18일)을 뺀 9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순매수한 누적 주식은 2조2314억 원 규모다. 

연기금이 2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누적 국내 주식이 2642억 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3월 들어 국내 주식의 매수량을 크게 늘린 셈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연기금의 투자자산 가운데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3월에 연기금이 순매수한 국내 주식의 상당부분을 국민연금에서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놓고 국민연금이 최근의 증시 급락에 대응해 국내 주식 매수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식 매물을 사들여 전체 하락폭을 좁히면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돕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이전에도 증시가 불안정할 때 국내 주식 매수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연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9월부터 10월까지 국내주식 5조260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8월부터 12월 동안에도 연기금이 국내주식을 9조 원 규모 순매수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여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9년 말 기준으로 전체 투자자산의 18%를 국내 주식으로 보유했다. 이 국내 주식의 평가액은 132조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국민연금은 2020년 말까지 전체 투자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17.3%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국내 주식 일부를 팔면서 목표치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폭락이 이어져 그만큼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자산가치 평가액도 떨어지게 됐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1월 말보다 31.2% 하락했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전체 투자자산의 17.3%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일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2019년 8월 2000선 밑으로 떨어졌을 때 연기금이 1조1052억 원을 순매수한 전례도 있다. 그때도 국민연금이 2019년 투자자산 비중 목표치였던 18%를 맞추기 위해 국내주식을 대거 사들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매입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2019년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은 12.58%로 코스피 평균 수익률 8%를 웃돌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목표치를 넘어서까지 국내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2020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전체 투자자산에서 해외투자 비중의 목표치가 50%에 이른다. 해외증시 전반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매입에도 여력을 쏟아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국내 주식 목표치를 높일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섣불리 다룬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가 증시 부양에 연기금을 마구잡이 식으로 동원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독립성 논란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13일 임시 금융위원회에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가 늘어난 점을 질문받자 사전협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은 위원장은 “앞서 중간 브리핑 당시 기관투자자의 투자목적과 방향성을 보면 그들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부분의 발언을 했다”며 “기관투자자들이 그 뜻을 받았거나 혹은 자체적 판단 아래 국내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우리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